유진룡 전 장관 “김기춘‧감사원이 김진선 위원장 찍어내"…황찬현‧김기춘 학연·지연 재조명

황찬현 감사원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사진=뉴스1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특검에 출석해 연일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그동안 최순실 논란의 무풍지대와도 같았던 감사원으로 특검 불길이 번지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특검 수사와 관련해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감사원의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찍어내기 논란”이라며 “특검이 사정기관인 감사원을 건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유진룡 전 장관으로부터 김진선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가 있었고 그 배경에 김기춘 실장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당시 감사원이 김진선 전 위원장의 측근 문동후 조직위 부위원장을 감사하기 시작했고 특별한 내용이 없어도 계속해서 감사를 진행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감사원은 2014년 5월 7월 까지 특별조사국 감사관을 투입해 조직위를 전격 감사했다. 별다른 문제점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진선 전 위원장은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7월 21일 사퇴했다. 이는 국민연금에서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및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과 갈등을 빚다가 복지부 감사가 시작된 후 도망치듯 옷을 벗은 최광 이사장의 행보와 비슷하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당시 김진선 전 위원장 사퇴와 관련해선 법사위 내부차원에서도 뒷말이 많았다”며 감사원의 표적 감사 가능성이 짙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와 더불어 황찬현 감사원장과 당시 실세였던 김영호 사무총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판사 출신인 황찬현 감사원장은 김기춘 실장과 학연‧지연이 엮여 있어 취임 당시부터 ‘김기춘 라인’으로 주목받았다. 2013년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황 원장에 대해 김기춘 실장으로부터 내정 통보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당시 그는 이를 시인하면서도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 전임자인 양건 원장은 당시 옷을 벗으며 사퇴 배경으로 외풍을 거론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황 원장과 더불어 감사원의 실권을 잡고 있던 이는 당시 김영호 사무총장이다. 감사원의 두 축은 원장과 사무총장인데 보통 사무총장이 원장보다 내부 사정에 밝아 사실상 주요 업무를 도맡아 한다. 그는 판사출신 황 원장보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해 사실상 감사원 내부 주요 살림살이는 그의 손을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김영호 사무총장은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대 총선에서 경남 진주에 출마를 저울질해 정치중립 논란을 일으켰다.

만약 특검이 유진룡 전 장관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하면 사정기관인 감사원 역시 수사 칼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특검이 사정기관 수사라는 강수를 던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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