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한화그룹 계열 건설사들 촉각…미 해외부패방지법 처벌대상 가능성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다음 수사대상으로 거론되는 SK, 롯데, 한화그룹 차원에 실형이 선고될 시 계열 건설사의 미국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사진= 시사저널e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팀)이 삼성에 이어 SK, 롯데, 한화그룹 등으로 수사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사법처리가 이뤄질 경우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의거해 계열사에 대한 제재도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대형 건설사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인이 속한 그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수사대상으로 SK, 롯데, 한화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미르·K스포츠재단에 일정 출연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출연금에 대가성이 있다고 특검팀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별로 SK는 지난 2015년 광복절 최태원 회장 사면, 한화는 지난 2015년 7월 면세점 사업권 획득과 그해 한국형 전투기 사업자 선정, 롯데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획득을 재단 출연금의 대가로 획득한 의혹을 받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3개 그룹은 모두 계열사로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다. SK건설은 SK주식회사(이하 모두 회사명)가 44.48%, 롯데건설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가 43.07%, 한화건설은 한화가 100%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건설사 모두 그룹 차원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해당 그룹 차원에서 특검팀 조사 결과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계열사인 건설사의 미국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때문이다.

FCPA는 외국 부패 기업에 규제를 가하는 법이다. 외국 기업이 미국 내부가 아닌 타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넸거나 회계부정을 저질러도 FCPA의 처벌대상이 된다. FCPA에 의해 처벌된 외국 기업은 수출 면허 박탈,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 및 공공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한화, SK, 롯데 모두 FCPA 적용대상이 아니다. FCPA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소(SEC)에 공시된 기업이 대상이다. 계열사인 한화건설, SK건설, 롯데건설 역시 이 기준에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 FCPA 적용기준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 기업이 제재를 피할 목적으로 합의금으로 막대한 벌금을 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색깔이 강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수사대상으로 거론되는 그룹 내 건설사에 대한 FCPA 적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해당 건설사의 미국 진출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1조 달러 인프라 시장’ 참여에도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인프라 구축사업은 공공조달 사업에 속한다.​ 한국 건설사는 미국 공공시장에 컨소시엄 형태, 혹은 하도급을 수주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이에 FCPA 적용 시 건설사의 인프라 구축사업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기자와 통화했던 법무법인 민 황선승 변호사는 “(그룹차원에서 한국 법원에서 실형을 받으면)미국 기업과 합작을 하는 등 여러 형태로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면 FCPA에 저촉받을 수 있다”며 “(계열사인 건설사가) 미국에서 건설공사를 발주받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확대해석의 하나일 뿐이다. 계열사마저 영향을 받는다면 국내 모든 기업이 FCPA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라며 신중한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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