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타로 수만가지 소비자유형에 맞춤형 서비스…"수평적인 소통 통해 혁신역량 키워야"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2015년 9월 한편의 보고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도래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류가 맞이할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예상하지 못한 일이 폭발하는 지점)’를 소개한 것이다.

 

전 세계 기업경영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당시 설문 조사에서 티핑 포인트는 21가지로 요약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차세대 혁신 기술의 모델들이 손꼽혔다.

 

당시 제시된 티핑 포인트 21가지 중 단연 눈길을 끄는 영역은 ‘자율주행자동차’ 부문이었다. 무인 자동차 운전 시대를 열 자율주행차 분야는 그만큼 현실화의 속도가 빠른 영역이다. 전 세계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와 ICT 전문 기업들은 앞 다퉈 자율주행차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티핑 포인트 분야 중 이미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 ‘자율주행 특허’ 이미 독점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반은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2020년 189억 달러(22조원)에서 2025년에는 626억 달러(7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5년 사이 시장 규모가 4배 가까이 훌쩍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업체는 또 2035년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1152억 달러(13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변화는 국내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부품연구원은 완전 자율주행차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약 37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독일 지적재산 전문 보호업체인 GPA(Grunecker Patent Attorneys)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자율주행 시스템의 특허 수는 글로벌 자동차부품 전문 기업인 보쉬가 2710개로 전 세계 완성차 업체와 ICT 기업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일본 완성차 업체인 토요타가 2061개로 뒤를 이었다.

반면 국내 기업인 삼성은 413개로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당시 조사 결과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의 특허권은 275개로 자율주행 특허권 보유 30대 글로벌 기업 중 1.7%를 차지했다. 단순 특허 건수를 비교하는 정량적인 평가로서는 완벽한 진단은 어렵지만, 급격한 성장 가속도가 붙고 있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지적재산권의 편중 현상은 향후 글로벌 기업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결 볼만한 중요한 대목이다.

◇ “소비자와 수평적 소통 위한 혁신 이뤄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혁신 체제에 맞게끔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언을 구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양한 혁신 기술을 통해 ‘소비자 중심시대’를 열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기술 혁신에 기반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공 사례에서 이러한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글로벌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플랫폼(Platform)을 구축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들 두 기업들은 소비자의 구매 성향과 의견을 수렴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구조의 변화를 꾀했다.

아마존은 빅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십억개에 달하는 소비자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유형을 수만 가지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역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유형을 7만8000가지로 구분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16년 넷플릭스 가입고객은 전년 대비 50%나 증가했다.

글로벌 커피 유통업체인 스타벅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규 소비자를 증가시킨 성공 사례다. 소비자 맞춤형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다시 새로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IoT(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GE는 IT 기술을 도입을 통해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 글로벌 선도기업의 사례다. 항공기 엔진 전문 생산업체인 GE는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항공기의 엔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항공기 엔진의 상태 점검과 관리, 유지보수 서비스에 ICT 융합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브랜드인 아디다스는 공장 자동화의 혁신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를 선도적으로 구축한 사례다. 아디다스는 주로 소비자와 원거리에 있는 저개발 국가 등 저임금 지역에서 공장을 구축하고 제품 생산을 해왔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던 셈이다. 직원 10명으로 연간 50만 켤레 신발을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로봇과 3D 프린팅이 활용된다. 이를 통해 아디다스는 재고 없는 생산·유통이 가능해지고, 고임금의 독일과 미국 등 소비자와의 공간적 거리가 가까운 곳에서도 생산 공장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 혁신 전략은 상식을 버리고 생각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소비자와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혁신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와 플랫폼 기술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소비자 빅데이터가 공급이 잘 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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