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효과 확대하고 미・중 갈등 유탄 피해야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미국 일자리 10만개를 없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628 피츠버그 유세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 당성자는 이어 한미 FTA로 무역적자가 2배가 됐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취임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은 한·미 FTA 이전에는 2000년대 중반 연평균 130억달러 수준 상품수지 흑자를 얻었다. 하지만 한·미 FTA가 본궤도에 오른 2015년에는 283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한국 기업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미국에 있어  한·미​ FTA는 연 200억 달러대 적자를 안겨주는 무역협정이다.

 

미·중 무역 분쟁도 한국엔 악재다. 우리나라 대(對) 중국 수출품은 중간재 68.7%, 최종재 31.3%로 구성된. 중국은 중간재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해 제품을 만들고 완성품을 미국에 수출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우리나라 수출은 0.36% 감소한다. 특히 중국 수출이 대다수인 전자, 반도체, 석유화학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재검토 피하려면 미 투자 증대도 방법

 

자유무역을 혐오하는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낸 트럼프의 통상압력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재검토를 해결할 실마리는 일자리. 트럼프가 유세자리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언해온데 따른 분석이다. 한국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트럼프도  한·미​ FTA를 인정할거란 주장이다.

 

지난 19일 트럼프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를 만난다. 마윈은 이 자리에서 미국에서 제조된 상품을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팔릴 수 있게 한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를 통해 100만에 이르는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 말했다.

 

트럼프와 만남에 앞서 알리바바는 미국 무역대표부로부터 미국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단 지적을 받고 있었고 세무조사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만남을 훌륭한 만남(Great meeting)’이라고 추켜세웠다. 이기범 연구위원은 트럼프에게 지적재산권이나 세법위반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라며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건 일자리’”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Tesla)도 마찬가지다. 본래 트럼프 당선자는 화석연료 사업을 육성해 경제를 살릴 것을 공언해왔다. 테슬라와 만남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는 트럼프 정부 인수위원회 민간 경제 자문기구인 전략 및 정책 포럼에도 합류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Fremont) 테슬라 전기차 공장에선 2016년 말 기준 6200명이 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일부터 일부 가동을 시작한 네바다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Gigafactory)’로 인해 2만개~3만개 일자리가 생길거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가 머스크에 손을 내민 것이 결국 일자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기범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미국내 공장 신설 발표를 하면 한미FTA위대한 협정이라고 추켜세울 것이라며 “‘재앙이란 수사로 협박하고 원하는 것을 얻는다면 위대한이란 형용사로 합의를 추켜세우는 트럼프식 협상 패턴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레토릭으로라도 제조업에 대한 대미(對美) 직접 투자를 발표하고 대신 한미 FTA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의 상품 수지 흑자를 유지하면 된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위험이 크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인건비가 높은 미국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사업계획에 따라 필요하면 증설하지 트럼프 때문에 증설할 계획은 없다지금 투자에 나선 기업들은 트럼프 때문에 투자한 게 아니라 원래 계획을 조금 일찍 발표하거나 투자금액을 살짝 늘린 것뿐이라고 전했다.

 

중 외교경제 갈등 격화유탄은 피해야

 

중 갈등도 한국 통상하늘을 흐리게 만든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를 탈퇴하지 않는 관세를 직접 부과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철강화학섬유부문에서 이미 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덤핑 관세는 수출기업이 자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싼 가격에 수출할 때 부과하는 비관세장벽이다. 상계관세는 수출기업이 자국에서 국가 지원을 받아 수입국 산업에 타격을 줄 때 지원 효과를 상쇄할 목적으로 과하는 수입규제다. 미국은 이외에도 환율조작국 지정, 특허법 재심사 등 수출 국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왔다. 최근 전세계 경기가 침체되면서 미국 역시 수입규제를 대폭 활용해 왔다.

 

이성범 법무법인 화우 국제무역통상팀 변호사는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을 불공정무역으로 제소할 때 한국기업도 함께 제소해왔다라며 한국을 통해 우회 수출하는 품목이 없는지 의심해서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시대는 전에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라며 중 갈등 사이에서 유탄을 맞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존 리차드슨(John Richardson) ICIS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의 세계경제포럼 발언 내용과 트럼프 당선자 유세 발언내용을 비교하면서 미중 외교 리스크를 우려했다. 그는 18일 'Xi’s Davos Speech: Risks, Opportunities For Chemicals Industry'란 글에서 단기적으로는 보호무역과 남중국해 분쟁에서, 장기적으로는 중국 일대일로(One Border One Road)에서 미중 리스크가 발생한다라고 내다봤다.

 

남중국해(Nine Dash Line)는 세계 물동량 50% 이상이 지나는 해상요지다.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와 석유도 풍부해 영토분쟁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중국은 이 곳에 인공섬을 짓고 군 공항을 건설하는 등 자국 영토임을 주장해 오다 지난해 712일 국제재판소에서 영유권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중국은 필리핀과 남중국해 자원개발 협정을 벌이거나 군 항공기 비행 등 무력시위를 진행해 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국무장관 후보인 렉스 틸러슨은 지난 11(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 남중국해 인공섬 접근을 금지해야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로이터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틸러슨 내정자는 중국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은 러시아 크림반도 강제병합과 마찬가지로 불법이다우리는 인공섬 건설을 중단시키고 중국의 남중국해 접근을 막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려왔다. 중국 해외직접투자 규모(ODI Flow)1990년에 8억 달러에서 2013년에는 1,0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한 결과, 1617억 달러까지 올랐다. 중국 해외직접 투자는 국유기업이 최대 주체인 가운데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너지, 금속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일대일로 일환이다. 존 리차드슨 연구원은 중국은 마셜 플랜(Mashall Plan)100배 혹은 1000배에 이르는 외화를 ODI로 붓고 있다“65개국에 중국이 ODI를 하는 건 친중국 노선을 구축하고 자국 제조기업 수출시장을 확보하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마셜 플랜은 세계 2차대전 뒤 피폐해진 서유럽을 미국이 지원한 부흥계획이다.

 

존 리차드슨 연구원은 일대일로 지역에 많은 투자수요가 발생할 텐데 트럼프가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올해 기업들에겐 미중 갈등 양상을 계속 확인해야하는 숙제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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