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견조한 실적개선 이뤄…삼성물산과의 1위 다툼·회계문제 등이 연임에 변수될 듯

"향후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건설업은 100년을 가는 작품을 만드는 일인 만큼 성취도가 높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틈만 나면 100년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다. 현대건설의 모그룹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100년 경영의 연장선상이다. 


◇ 법정관리에서 1조 달러 달성까지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 사진= 현대건설

올해는 정수현 사장이 꿈꾸는 현대건설 100년 경영이 도래한 한해로 기억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현대건설이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 이후 맞는 첫 한해가 되는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5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과 합해 지난해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현대건설이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영업이익 1조 클럽은 건설업계에선 최초다. 

정수현 사장이 지난 2011년 취임 이래 현대건설은 지난 5년 간 견조한 실적개선을 이뤘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영업이익 9000억원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업계 최고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0년 3조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산업은행, 현대차그룹으로 둥지를 옮긴 ‘아픈 과거’를 딛고 건설업의 종가‧맏형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내실, 선별수주 전략을 중시하는 정수현 사장의 ‘질적성장’ 전략이 통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현대건설은 금융위기 직후 시작된 중동 수주전에서도 과도한 저가경쟁을 지양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2013년 해외건설 현장 원가율 상승으로 촉발된 ‘중동쇼크’로 인한 실적타격을 입지 않은 몇 안되는 건설사가 됐다.

정 사장은 효율성을 중시한다. 그는 지난 2015년 ‘본부’와 하부 조직인 실 사이에 ‘사업부’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사업부가 여러 실을 통합관리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모델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건설 정수현호(號)를 든든히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발주한 글로벌 비즈니즈 센터(GBC)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공동 시공한다. 현대건설 지분은 공사금액의 70%인 1조7923억원이다. 이는 지난 2015년 현대건설의 매출액(19조1200억원)의 9.37%에 달하는 액수다. 

그룹 내에서 정수현 사장의 입지도 탄탄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럭비공 인사’로 유명하다. 임기와 무관하게 돌발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 2011년 취임 이래 한차례 연임에 성공한 현 건설업계 ‘최장수 CEO’다. 그가 5년 간 현대건설 CEO로 재직한 것은 그만큼 그룹의 신임이 두텁다는 것을 방증한다.

◇ 직원과의 적극적인 스킨십, 과감한 업무추진력 발휘해

정수현 사장은 현대건설 평사원부터 시작해 CEO까지 오른 인물이다. 이로 인해 일반 사원과의 스킨십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평이다.

그는 술자리에서 ‘청바지’라는 건배사를 즐겨 사용한다.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라는 뜻이다. 나이나 직급을 떠나 젊은 생각으로 직원과의 화합과 소통을 중시하는 의미다. 아울러 정 사장은 소통을 통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주위에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은 단순히 소통만을 중시하지 않는다. 그는 과감한 결단력도 지니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는 정수현 사장이 건축사업본부장 시절 직접 키운 브랜드로 알려졌다. 브랜드 론칭 이후 공격적 마케팅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힐스테이트를 바탕으로 아파트 사업을 키운 현대건설은 지난해(1만700여가구)에 이어 올해(2만852가구) 아파트 공급물량을 더 늘리는 공격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시 힐스테이트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GS건설의 자이에 비해 후발주자였다. 이에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의 마케팅 비용을 회사 측이 쏟아 부었다. 3사 채널(SBS, MBC, KBS)에 힐스테이트 광고프로그램이 항상 방영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 남은 임기 1년, 산적한 과제 풀 ‘돌관정신’ 발휘할까

건설현장 용어로 ‘돌관공사’가 있다. 공사 막바지에 장비, 인원을 밤낮 없이 쉬지 않고 운용해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건설 창업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해 봤어?”로 대변되는 돌관정신(단숨에 일을 해결한다, 하면 된다)의 뿌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평상시 돌관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정수현 사장에게도 ‘돌관정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연임을 위해서도 막판 스퍼트가 필요한 사항이다.

정 사장 재임기간 동안 현대건설은 매년 실적개선을 이뤘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자로 만료된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계 CEO는 실적개선 여부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정 사장이 추가 연임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실적개선과 별개로 정 사장은 현대건설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삼성물산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현대건설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에서 삼성물산에 1위 자리를 내준 굴욕을 경험했다. 2015년 연임에도 불구하고 직전해 대비 연봉이 삭감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앞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자칭 ‘현대건설맨’이라 칭하는 등 업계에서도 자부심이 높기로 유명하다. 시공능력평가 결과로 임직원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맞이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회계감리도 정수현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금감원이 현대건설 및 외부 감사인인 안진 회계법인에 ‘미청구공사 대금과 추정 원가율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지난 6일 밝혀졌다. 현대건설과 금감원 측은 “통상적인 회계감리의 일환”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다. 다만 회계업계에서 새해 초부터 현대건설을 타겟으로 ‘분식회계 여부’를 금감원이 포착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번 회계감사 결과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발견될 경우 ‘현대건설의 2006년 분식회계’ 악몽이 재현되게 된다. 정 사장의 연임가도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미청구공사 대금 역시 정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말 3분기 연결기준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3조6089억원이다. 직전해말 대비 6000억원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건설 측은 “공사 수주가 늘면 미청구공사 대금도 늘어난다”며 미청구공사 잔액이 큰 부분이 문제요인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만 대우건설 3분기 의견거절 당시 지정 감사인이 제시한 요인에 ‘미청구공사 대금’이 포함된 바 있다. 

증권업계 역시 리포트를 통해 건설업계의 미청구공사 대금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요인 해소를 통한 실적개선이 정 사장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