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 진행중…한국 제품 불매운동 번질 수도"

19일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이 서울 양재동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정윤형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위체제(THAAD)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 정부가 보복 조처를 노골화하면서 한국 화장품 업계 시름이 깊어져가고 있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은 "기업과 정부가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실제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은 이미 진행중이며 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또 한중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조치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 경고한다.

박 소장은 지난달 25일부터 보름 간 중국 6개 지역을 돌아보고 왔다. 그는 중국공무원, 소비자, 한국 화장품업체 관계자 등과 접촉하며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심화되고 있음을 직접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19일 서울 양재동 중국경영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박 소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보복의 실체와 한중간의 악화된 관계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박 소장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그가 중국에 있을 때 ‘사드보복’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였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 만난 한국 업체들은 사드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밝히면 더 큰 보복이 발생할까 말을 아꼈다”며 “중국 공무원들도 최대한 사드보복에 대한 이야기를 피했고 결국 한국에 달렸다는 말만 강조했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소개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중국 국영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한 화장품 업체는 최근 백화점 매니저에게 매장 위치를 바꿔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매장 위치에 따라 매출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이 업체는 어쩔 도리 없이 매장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는 신제품 출시 후 중국홈쇼핑에서 제품 판매를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홈쇼핑 관계자가 갑작스레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업체가 홍보를 위해 기용한 한국 배우를 빼는 등 한국적인 것은 모두 다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업체는 홈쇼핑에서 물건을 파는 것을 반쯤 포기한 상태다.

박 소장은 화장품 업체의 피해가 곧 대형 화장품 업체에까지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제품 통관 절차 강화와 철저한 세무조사 등으로 한국 화장품 업체에 대한 보복을 진행할 수 있다”며 “중국은 보복 조치를 내리면서도 이것은 보복이 아닌 한국기업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소장은 세무조사에 대한 부문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업체들이 많다. 암묵적으로 중국이 이를 이해해줬고 아직까지 화장품 업체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세무조사에 들어간다면 우리 업체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소장은 “만약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중국의 세무조사가 철저히 진행 된다면 기업들은 여태까지 내지 않은 세금과 세금을 적게 낸 기간만큼의 이자, 벌금 등을 포함해 최대 몇 백억원까지 부담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의 보복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지만 아직까지 중국 소비자는 한국 제품에 대해 우호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박 소장은 중국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일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 오피니언 리더들이 SNS에 한국 사드배치가 중국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며 논리적으로 대중들을 설득하면 대중들이 휩쓸릴 수 있다”며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퍼져나가면 최악의 경우 한국제품 불매운동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사드보복 속에서 한국 화장품 업체가 대처해나갈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대형 화장품 업체는 무조건 친중국으로 가야한다”며 “중국 내에서 다양한 CSR(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꾸준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위기를 극복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앞으로 사드보복을 막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중국의 마음을 달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만난 한 중국 고위관료가 중국정부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그 고위관료는 가장 가슴 아픈 사람은 시진핑일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믿었는데 믿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소장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정부가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정부가 사드배치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중국정부와 접촉하는 횟수도 늘리고 우리가 미국중심의 패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도 중요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가 아무런 대안 없이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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