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진보로 일자리 57% 대체 전망…재교육 대안학교 '신촌대학교' 주목

청년 구직자들이 지난해 부산 잡페스티벌에서 취업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늘어서 있다. / 사진=뉴스1
임 모씨(26)는 컴퓨터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한 2년차 사원이다. 2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지만 성취감은 잠시 뿐, 퇴사하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에 빠져들었다. 사회가 급변하는데다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기 벅찬 탓이다. 임씨는 “다들 회사를 그만두면 뭘 할지 불안해한다. 선배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세미나를 들으면서 신기술을 익힌다"면서 "나도 대학원 석사까지 하면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지만 계속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탓에 고민이 많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배울 생각이고, 나중엔 내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핸드폰 앱을 개발하거나 교육사업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수천만명의 임씨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존 직업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정규직은 점점 줄어든다. 직장인들이 이직이나 창업을 하기 위해 퇴근 후 학원으로 향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신풍속도가 됐다.  

◇컴퓨터가 일자리 빼앗아간다…1위 사회계열 2위 인문계열

4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data), 모바일​(Mobile)​등 네가지로 ICBM이라고 불린다. 4차 산업이 새로운 직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감을 모으고 있지만 기존 일자리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현존하는 전체 일자리의 57%(2014년 기준)가 향후 기술진보에 의한 고용대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김세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업분류를 어느정도까지 세분화할지와 무관하게 한국 노동시장은 미국에 비해 기술진보에 대해 더 취약한 일자리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기술진보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책적 대응책을 철저히 마련하지 않을 경우 머지않은 미래에 커다란 경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자리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되는 직종일수록 종사하는 인원이 많다. 이는 대학전공과 무관하지 않다. 의약, 교육, 공학, 예체능 전공분야 졸업생들의 경우 종사직종을 컴퓨터가 대체할 확률(이하 컴퓨터 대체확률)이 평균적으로 0.5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전공은 대체확률이 평균 0.57 가량으로 나타났다. 사회계열 전공은 평균 대체확률이 0.63에 달했다. 이는 분석대상인 7개 전공계열 중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평균 대체확률이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대체확률이 높은 직종인 금융, 보험 관련직과 경영, 회계, 사무 관련직에 사회계열 졸업생의 종사 직종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세움 연구위원은 “향후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 수요변화를 반영해 전공별 인원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공학계열처럼 현재에도 노동시장에서의 수요가 많은 분야의 전공 인원이 상대적으로 늘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주먹구구 대학구조조정

정보력이 있는 일부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4차산업에 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 코딩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강남에선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코딩 조기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 수요가 거의 없는 전공을 하고 졸업한 구직자들, 재직자들 또는 재학생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주먹구구식 대학구조조정은 일자리 수급불균형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고용시장에서 수요가 낮은 전공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계속 양산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청년고용대책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은 활용하지 않고 학령인구 감소규모만 반영해 대학 구조조정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인력 과잉공급 또는 과소공급 예측이 현실과 동떨어져 실효성이 낮았다. 이에 감사원은 교육부에 중장기인력수급 전망치를 구조조정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고용노동부는 엉성한 방법으로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을 제시해 실제보다 고학력 과잉공급 인력을 초과 추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문대를 졸업한 과잉공급인력은 실제보다 13만8000명,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과잉공급인력은 24만2000명, 대학원을 졸업한 과잉공급인력은 8만1000명 초과해 추산됐다.

교육부도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다. 앞서 교육부는 2011년부터 대학정원 운용계획 시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을 대학에 제공해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유도해왔다. 물론 과거 대학에 정원운용의 자율성을 부여하던 것보다는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지만 대학구조조정에 적극성을 보였다고 하긴 어렵다.

◇"인생 10모작 시대, 해답은 평생교육"
 

홍승희 신촌대학교 소셜아트학과장이 신촌대학교 개교 퍼포먼스에서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값 대학 등록금만으로도 사실 우리는 배울 수 있다'는 문구를 쓰고 있다. / 사진=신촌대학교
전문가들은 기술진보에 따른 인력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방법은 결국 평생교육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동, 실업교육, 평생교육의 ‘삼박자’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뤄야만 고용불안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재교육 시스템은 홍보부족 또는 양적, 질적 낮은 수준 탓에 실효성이 낮은 실정이다.

재교육의 수요가 높아지자 민간에선 비싼 수강료를 받고 강의하는 사설학원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F 학원은 빅데이터 교육프로그램 수강료를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통계프로그램 R 교육의 경우 30시간에 170만원이고, 파이썬의 경우 24시간에 150만원이다. ​이 학원은 향후 수요가 높은 정보기술(IT), 빅데이터 교육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콘텐츠 제작, 마케팅 실무, 엑셀, 앱개발​ 등의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강의한다.


비싼 사설 교육과 부족한 정부 재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대안학교가 있다. '신촌대학교'가 주인공이다. 신촌대학교는 ​입법보좌관 돼볼과, 아나운서돼볼과 등 직업교육과  PPT 고수 되볼과 등 기초직무능력 실무 ​가라오케 한국사, 나만의 명함 만들어볼과 등 취미강좌를 비롯해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신촌대학교 관계자는 “인생 2모작 사회도 옛날 이야기”라면서 “20대에 들어간 회사는 20대에 나오는 사람이 많다. 20대에 벌써 인생 2모작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제는 인생 10모작 사회다. 정규직이 사라지고, 한 회사가 노동자를 평생 책임지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모작 시대를 맞이하려면 정부는 사회안전망과 실업교육을 동시에 마련하고, 개인은 평생교육을 통해 이직, 창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독일은 국가가 실업급여를 주면서 평생교육을 한다. 뮌헨대학이 밤에는 자유시민대학으로 바뀌어 평생교육을 맡고 있다”면서 “시민들은 자기 전문성에 자유시민대학에서 배운 것을 합쳐서 창직이나 이직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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