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매트릭스 조직으로 시너지 추구…영업 대상 한정적 한계는 남아

지난해 12월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민-중소기업 금융상황 긴급 점검회의'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 (오른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 사진=뉴스1

국내 금융지주들이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 협업 체제를 구축해 금융소비자 편익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금융권은 WM과 CIB부문을 통합하기 위해 지주 부사장 겸 은행 부행장이 부문장을 맡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골격을 만들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은행-증권 간 협업을 강조하고 나섰다. 우선 박정림 부사장을 필두로 한 WM부문에 대한 협업 시도가 금융권에서 주목을 받았다. KB금융의 WM부문 조직은 인원 340여명, 본부는 은행 4개, 증권 4개가 있다. 은행은 WM기획부, 상품부, 컨설팅부, KB골든라이프부 등이 있다. 증권은 PB고객본부, 디지털고객본부, 고객지원본부, IPS본부가 한 조직 안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특히 현대증권 인수로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10여개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동 상품을 개발해 금융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매트릭스 조직을 통해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에서 개설할 수 있는 현대증권 연계 계좌 '에이블 스타'가 지난해 7월 출시 후 현재까지 14만좌 이상이 신규 개설됐다"며 "이같이 은행과 증권을 연계할 수 있는 상품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 CIB부문은 정귀상 부사장이 이끈다. 조직규모는 인원 370여명, 본부는 은행 4개, 증권 9개 본부가 있다. 은행에선 CIB기획부, IB사업본부, 글로벌사업본부, 외환사업본부가 포함됐다. 증권에선 기업금융본부, ECM본부, SME금융본부, 어드바이저리 본부, IB솔루션본부, 투자금융본부, 구조화금융본부, 프로젝트금융본부, 부동산금융본부가 협업한다.

특히 KB금융은 올해 그룹 CIB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주사에 CIB 컨트롤타워를 둔 셈이다. 그룹 차원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폭을 넓힐 계획이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협업하는 'CIB파트너십 기업금융전담역(RM) 제도', 중견·중소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CIB센터가 매트릭스 체제 시너지를 높힐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이미 KB금융이 올해 조직개편으로 금융지주 매트릭스 체제를 구축한 것과 같은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우영웅 신한은행 부행장이 지주-은행-증권을 아우르는 CIB 총괄 대표다. WM총괄에는 이창구 신한은행 부행장보가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조직개편에서 은행-증권 협업 체제인 IB사업단을 만들었다. 박승길 KEB하나은행 전무를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으로 겸직 선임했다.

IBK기업은행은 투자은행(IB)그룹의 이름을 CIB그룹으로 변경하며 CIB그룹 업무를 강화했다. 중소기업 영업과 지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이다. 기업고객그룹 내 기업금융센터가 CIB그룹으로 편입된다. 문화콘텐츠금융 관련 조직을 편입해 영화 사업 등을 통해서도 수익 벌이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내세운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방안'이 금융지주 협업체제를 가능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가 해당 방안을 통해 금융지주 내 계열사간 업무위탁, 겸직 등에 대한 사전보고를 사후보고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목적으로 고객정보도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 매트릭스 조직 확대를 유인했다. 은행-증권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인 셈이다.

KB금융 한 임원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이번 모든 계열사가 한 팀이 돼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적극적"이라며 "금융지주가 안정화를 찾은 만큼 윤 회장의 리더십이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은행-증권 통합 구조가 기존과 큰 차별점이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합 CIB부문이 나왔다고 해서 영업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한계를 넘기 힘들다"며 "지주사의 은행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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