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의존하는 지식은 가치 약화…STEM 중심 교육프로그램 확대돼야

"지금까지 이보다 더 큰 기회도, 더 큰 위험도 존재했던 적이 없다.”

크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지난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46차 다보스포럼에서 4차 혁명이 경제, 사회, 문화, 인류 환경 등 사회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당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가장 급속하게 시스템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교육을 꼽았다.

인류는 1·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틀에 박힌 육체노동 관련 기술이나 인지적 기술을 교육의 지향점으로 여겼다. 이 때 만들어진 교육의 틀 대부분은 현재까지 우리 교육 현장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체제 맞춰 획일화된 교육을 받은 인재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교육 모델은 인문사회의 학문과 이공계의 기술이 접목된 창의적인 융합교육이다. 

 

출처 : World Economic Forum.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제조업과 사무직 등 분야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고용보고서는 2020년에 요구되는 교육목표로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력 △사람관리 △협업 능력 등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의 암기위주와 주입식 교육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미래형 인재를 양성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해진 교육과정의 범위 내에서 짧은 시간에 정확한 답을 재생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은 반복학습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인간의 기억력에 의존해 지식을 저장하고 인출하는 능력은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를 중심으로 컴퓨팅적 사고를 강화하는 교육전략과 인프라가 필요하고 이를 현장에서 교육할 교사양성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교육부는 초종고 교육과정에 스프트웨어(SW)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기봉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2018년부터 중학교는 34시간의 SW교육을 필수적으로 받도록 개정됐다. 이와 관련한 교원수급 문제나 컴퓨터 교실을 확보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원수급에 있어선 SW교육과 관련해 필요한 교사 2500명 중 1800명은 이미 확보됐다. 600명을 추가 선발할 계획이다. SW교육에 필요한 기자재가 없는 78개 학교에 대해서도 조만간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대학교육 부분에 있어선 융합연구,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구실 장벽을 허물고 학문간 교류가 필수적이다. 한 대학교수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중요시 하는 우리나라의 대학 시스템에서는 같은 학과라도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결과물을 내는 것 자체가 힘들다. 대학에서 이런 연구를 장려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우선적으로, 대학현장에서 느끼는 연구한계를 깨뜨리기 위해 올해부터 한 우물 파기 연구 등 중장기 연구를 꾸준히 지원하고 실패가능성을 전제로 연구과제 약 254개에 대해 약 9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미래 교육을 설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생존을 위한 필연적 과제”아라면서 “전 국민이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미래 교육을 설계하는 일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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