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 강조 탓에 변화 중시하는 교육에 적용 난망

이쯤 되면 도를 넘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제도 부작용이 교육현장에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NCS란 산업현장에 맞춰 교육 및 기술과 자격의 기준을 일치시키고 체계적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현장에 맞는 청년교육을 활성화하자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실제 적용이 완전히 잘못됐다. 최근 전국적으로 전문대학에서 의무적으로 주요 과목에 NCS를 적용하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자동차 대학교육은 예전과 달리 변화와 흐름을 어떻게 교과과정에 반영하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가전제품, 움직이는 컴퓨터로 발전하고 있다. 이전 자동차 산업과 완전히 다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새로운 교과과정을 구축해야 한다. 새 과목 개설과 새 기술을 실시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필자가 있는 대학에서도 수시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고 반영해 왔다. 그러나 NCS 적용 이후부터는 쉽지 않다. NCS 과목에 매달리는 사이 다른 과목에 쏟을 시간적 여유는 사라진 탓이다. NCS 과목으로는 자동차 신(新) 흐름을 반영하기 어렵다.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이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대학에서는 각 과목당 평가는 출석과 리포트 등 평소 점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다양한 평가로 이루어져 객관성을 확보한다. 특히 필요하면 수시 시험을 통해 과목별 특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NCS 과목은 획일적이다. 한 과목을 NCS로 하기 위해 형식적인 수백 쪽의 개발보고서가 필요하다. 중간 중간 평가 항목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또 대학에 따라 NCS 한 과목 평가하는데 1000번 이상 클릭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과보고서 등 필요 없는 전시행정용 서류작업도 즐비하다. 이 같은 형국에 대학은 NCS과목을 의무적으로 가르치게 하고 평가요소로 반영한다.

교육부는 NCS를 의무화할 경우 대학에 각종 재정지원 사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 탓에 전문대학은 각종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동결된 등록금을 보존하기 위해 NCS 재정지원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일선에서의 교육이 무너지고 있는데 말이다. 교원이라면 전공별 교육별 특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즉, 교원은 당연히 NCS의 부작용을 알고 있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NCS 부작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니라면 전시 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사이에 전문대학 교육 시스템은 붕괴되고 있다.

물론 NCS가 자격증 취득이나 직업학교 등 기본 틀을 위주로 하는 분야에서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만큼은 아니다. 정부는 NSC 부작용 실태를 냉정하게 확인해야 한다. 공청회 등을 통해 필요 없는 곳은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해외 사례를 참조해 한국형 모델과의 차이점과 문제점을 확인해야 한다. NSC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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