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헌재 '직업선택 자유 침해'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단… 범죄 별로 제한 연한 달라져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2017년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살인과 강간 등 흉악범죄자 택시 면허 취득 20년 제한 기간이 줄어든다. 해당 사안을 담은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다가오는 6월까지 법 개정을 마쳐야 한다. 헌재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를 불합치 이유로 밝힌 만큼, 흉악 범죄의 특성에 맞춰 자격 제한 연한이 줄어들 전망이다.   


17일 국토부에 따르면 살인, 강도, 성폭행, 아동 성범죄, 마약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택시 면허 자격 제한을 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위한 개정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4조에 따르면 강력범죄 전과자는 20년간 택시 운전 자격을 얻을 수 없다.

해당 법 조항은 늘어나는 택시 흉악 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2012년에 제정됐다. 지난해 5월 경북 포항에서는 60대 택시기사가 20대 지적 장애 여성을 성폭행해 징역 3년에 처해진 사건이 있었다. 지난 9월에는 택시기사가 여성 승객을 대상으로 금품을 갈취하고 성폭행하려 한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15일에는 대만에서 현지 택시기사에게 우리나라 여성 두 명이 성폭행 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택시 흉악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한 마약 사범은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4조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그는 마약 사범이 20년 동안 특정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하는 현행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 법률의 과도한 규제 등을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이 법령이 제대로 작동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 12월 광주에선 경찰에 입건돼 수사 받고 있던 택시기사가 다른 택시회사로 재취업한 사건이 있었다. 법에 따르면 그는 일정 기간 동안 택시 운전 자격이 박탈돼야 했지만 이름이 잘못 등록되는 바람에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 범죄자를 걸러야 하는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이에 따라 교통안전공단은 곧바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운수종사자 범죄 경력을 통보해야 하는 기한을 기존 6개월 1회에서 주 1회로 줄였다. 더 자주, 더 꼼꼼히 전과자를 색출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운수종사자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전용 서버도 구축했다. 

국토부는 “작년 헌재의 헌법 불일치 결정에 따라 규제를 재검토한다. 범죄 특성을 고려해 자격 제한 기간을 마련할 것”이라며 “용역 결과는 5월 말에 나온다. 이후 시행령과 시행 규칙 등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헌재에서 불합치 판단이 났고, 정부에서 법 개정을 결정했으니 택시 업계에서는 따를 뿐”이라며 “우려되는 택시 흉악 범죄는 업계 차원에서 흉악 범죄자와 같은 택시 운전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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