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최태원 사면·롯데는 면세점 의혹… 두 그룹 "위법 없었다" 이구동성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 사진=뉴스1

삼성그룹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그룹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삼성에 이은 특검팀의 수사 타깃으로 언급되는 그룹은 SK·롯데·부영 등이다. 이들 그룹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도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요청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청와대와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원을 출연했다. 이와 별도로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 명목으로 80억원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추가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 혐의로 지난 2013년 1월 법정구속돼 지난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2년 7개월 간 수감생활을 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먼저 제안을 해서 (사면 정당성 확보) 자료를 준비한 것이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플라자호텔에서 만난 김 회장이 최 회장의 사면을 부탁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제가) 대답은 안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사면은 제 소관사항이 아니었고 그런 얘기 들으면 답변을 안 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또 박 대통령 지시를 받고 SK에 최 회장 특별사면 사실을 미리 알려준 점도 인정했다. 또 특사 발표 당일인 2015년 8월 13일 김 회장으로부터 '하늘 같은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은 사실도 인정했다.

 

SK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2015년 당시 SK 경영진은 최태원 회장이 2년7개월에 달하는 장기간 수형생활로 그룹 경영에 어려움이 많아 경영공백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각계각층에 호소했었다. 재계에서도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여론이 많았다"며 "안 전 수석이 시중 여론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역시 재계 차원의 움직임에 동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서울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다. 또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체육시설 건립 명목으로 75억원 지원을 요청받고 실제 7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 본격화 직전 이를 돌려받았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5년 11월 롯데는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을 상실했다. 롯데가 제2롯데월드 준공과 함께 그룹 거점을 잠실로 이동한다는 방침을 세운 터라 특허권 상실은 롯데로서 뼈아팠다. 

 

월드타워 면세점 폐점은 단순히 매출 축소에 그치지 않고 '월드타워-면세점-놀이동산'을 축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구상에 큰 차질이 되는 것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3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500억원대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에 이은 두번째 규모였다. 재계에선 일반적으로 이 같은 외부 지원금을 책정할 때 재계 순위에 따라 금액을 정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액수였다. 당시에도 이 같은 후원 배경을 두고 면세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3월 14일에 있었던 박 대통령과 신 회장과의 독대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문제가 논의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면세점 관련 정책을 일부 변경했다. 3월 기존 면세점 특허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고 4월엔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4곳 더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변경에 대해 당시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실상 SK와 롯데를 구제해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특검에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을 압수수색하며 면세점 정책 변경의 배경에 대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는 이에 대해 "신 회장과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면세점 이야기는 없었다"며 "70억원 지원도 고 이인원 부회장 주도로 사회공헌차원에서 지원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염금에 대해서는 SK와 마찬가지로 재계 차원의 출연에 동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검찰에서 넘어온 수사 자료를 검토한 후 본격 조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 모두 출국금지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 

 

부영은 재단에 3억원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으로 제3자 뇌물죄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부영은 탈세 등의 혐의로 고발돼 검찰에서 수사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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