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칼럼
[사무사] 이재용 구속 반대, 과연 삼성 위한 일일까.
  • 이철현 편집국장(lee@sisajournal-e.com)
  • 승인 2017.01.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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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리더십의 로맨스를 경계하며
상당수 언론이 심각한 인지적 오류에 빠져있다. 아니 오류라면 다행이다.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논리를 비약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국민 여론이나 언론사로서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동안 최우량 광고주에게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인가. 앞으로 나올 광고예산에 대한 기대 때문인가. 둘 다일 듯싶다. 

재계나 언론 주장대로라면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했다간 삼성이 망하게 생겼다. 총자산 645조원, 총매출 2백72조원, 고용인원 25만 명, 한국 총수출량 25%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최대 기업집단이 총수 구속과 함께 경영공백이 생기고 위기에 빠진다고 한다. 심지어 다른 기업인들마저 경영할 맛을 잃는다고 하니 큰 일인가 싶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이건희 회장이 3년째 병상에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할 것”이라며 “이 부회장 구속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 기업인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더욱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경영저술가 닐스 플레깅은 저서 언리더십(Un-leadership)에서 “우리는 보스의 권력이 제한적인 것을 알면서도 보스의 말과 행동을 성과 창출의 주된 동력으로 삼으려는 유혹에 굴복한다”며 “언론인, 경영 전문가, 컨설턴트, 직원들은 사실과 상관없이 우두머리에게 초인간적 권력이 있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과학 교수는 저서 ‘굿 보스 배드 보스(Good Boss Bad Boss)’에서 “복잡하게 뒤엉킨 요인들을 샅샅이 훑는 것보다는 이편이 훨씬 간단하다. 또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는 생생하고 흥미롭지만 실패의 원인과 성과를 내는 실제 요소들을 묵묵히 파헤치는 것은 지루하고 힘들다”고 꼬집었다. 

삼성이 총수 구속 탓에 위기에 빠진다면 이참에 삼성의 경영지배구조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삼성은 시스템을 잘 갖춰진 것으로 유명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마다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총수일가 지배구조를 떠받치는 비서실에 불과하다. 기업 경영에 기여하기보다 통제하고 간섭하는 기구다. 비자금 조성, 뇌물 공여, 편법승계 전략 등 범죄나 비리에 간여하거나 연루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경영 위기, 기업 의욕 저하 운운하며 범죄 혐의자의 처벌을 막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대한민국 체제의 존재 근거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라고 불구속하면 대한민국에 국민과 다른 특수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430여억원 뇌물공여, 횡령, 위증이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청탁하고자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임원을 시켜 최고 권력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고 의심받는 범죄 혐의자를 검찰이 구속하지 않은 적 있었나.

삼성은 삼성전자와 합병을 반대하는 전장업체 하만의 주주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재용 부회장이 출국금지된 탓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한다. 하만 주주는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총수가 이끄는 업체와 합병을 반대한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가서 하만 주주를 설득할 수 있을까 싶다. 

​또 총수가 구속되면 기업 이미지를 망쳐 사업에 차질이 생길 거라는 걱정도 나온다. 총수가 범죄에 연루돼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한다면 이참에 불법적 경영관행을 없애는 것이 근원적 방책이 아닐까싶다. 이번에도 대충 넘어간다면 삼성은,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은 난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다시 불법과 편법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불법과 편법의 편의성은 마약 못지않게 중독성을 갖고 있다. 무엇이 삼성을 위한 일인지 숙고할 때다. 

 

이철현 편집국장
이철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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