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기업은행 가처분 기각 다음날 이사회서 일괄 통과

서울 중구 다동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관계자가 성과연봉제 반대에 관련한 피켓을 정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방은행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국내 모든 주요 은행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게 됐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12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에 지방은행도 미룰 수만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동조합이 법적 다툼을 이어갈 계획이라 실제 도입까진 쉽지 않아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자회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DGB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은 지난해 12월 28일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지방은행이 성과연봉제를 통과시킨 시기는 지난해 12월 12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7개 민간은행이 이사회를 소집하고 성과연봉제 안건을 처리한 뒤 16일이 지난 시점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의결 여부를 민간은행에 물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중은행이 갑작스러운 이사회 결정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지방은행도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반대에 대해선 "다만 도입 시기 등 구체적인 사안은 노조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방은행은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사측의 이사회 의결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보고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7일 전국금융노동조합(금융노조) 소속 기업은행 노조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노조가 신청한 가처분이 각각 기각된 바 있다. 산업은행 노조가 신청한 성과연봉제 도입 가처분 결과도 기업은행 기각과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같이 법원이 일단 노동자의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는 시점이 가처분 결정을 인용할 만큼 이르지 않다는 사측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지방은행도 더 늦기 전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차후 노조와 논의하는 쪽으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가 성과연봉제 시행에 따른 보수 지급을 내년으로 유예 결정하면서 가처분 소송 기각에 영향을 줬다"며 "성과연봉제 무효 본안소송 1차 변론이 19일부터 열리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가 가처분 소송 기각을 노리고 내년까지 유예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그럴 거면 지난해 5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이유를 모르겠다"며 "노조와 합의 없이 진행한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법원 결정 전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 지방은행 노조 관계자는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실시를 반대한다"며 "직원 임금과 관련된 것은 노사 합의가 꼭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1급~3급 행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일부 실시하고 있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으로 7급 행원까지 성과연봉제 적용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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