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가 2004년 이후 최저치… '싸게 사서 싸게 굴린다' 전략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컨테이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SM상선을 신설했다. 기존 SM그룹은 벌크 전문 선사인 대한해운만 갖고 있었다. SM그룹이 만든 SM상선은 컨테이너 사업 운영 비전문성과 한진해운 자산 인수 과정에서 드러난 자금력 부족 탓에 출범 이후 내내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다. 대내외 업계 전문가들은 3월 영업을 개시하는 SM상선에 비관적 평가를 내놨다. 현재 SM상선은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대해 저가 전략으로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SM상선은 지난 9일 본격 출범했다. 3월 영업 개시를 목표로 국내외 터미널과 선박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롱비치터미널(TTI)에 세계 2위 해운사 스위스 MSC의 컨테이너선과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이 나란히 정박하고 있다./사진=뉴스1

SM그룹은 지난해 11월 대한해운을 통해 한진해운 아시아-미주노선을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벌크 전문 선사인 대한해운이 컨테이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SM그룹은 이에 따라 컨테이너 전문 선사 SM상선을 신설했다. SM상선을 통해 한진해운 노선을 인수하겠단 의지다.

 

김칠봉 SM상선 초대 사장은 내년까지 “선박 21척을 확보, 12개 노선을 구축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야심의 동력도 있다. SM상선은 한진해운 광양항·경인항 터미널을 인수한다. 각 터미널 연간 수용 물동량은 111만5000TEU(컨테이너 단위)와 74만9000TEU다. 


지난 13일 SM상선은 독일 선주사인 함모니아레더라이로부터 약 74억원 4250TEU급 컨테이너선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수출입은행 소유로 넘어간 6655TEU급 컨테이너선 한진부다페스트, 한진브레머하펜, 한진샤먼, 한진톈진. 한진포트켈랑 5대에 대한 인수는 다음 달 내 결정 난다.  SM상선은 3월 영업 시작 전 컨테이너선 12척 도입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착실히 이행 중이다. 

하지만 SM상선은 자금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애초 SM상선은 한진해운이 갖고 있는 54% 미국 롱비치 터미널 지분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자금력 한계로 스위스 MSC에 인수권을 내줘야 했다. SM상선은 한진해운이 갖고 있는 7개 해외 자회사 중 미국, 중국, 베트남 등 6개 자회사 인수를 포기했다. 사업 시행 이전이지만 12척 선대 규모는 영세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터미널도 있고 선박도 있는데 실어 나를 컨테이너 박스는 없다. 컨테이너 구매보단 선박 구입에만 서두른 탓이다. 중고 컨테이너 박스 개당 가격은 100만원대다. SM상선이 3월에 정상 영업을 시작하려면 컨테이너 박스 약 9만대가 필요하다. 컨테이너 박스 구매에만 900억원이 드는 것이다.

 

사업 초읽기 단계인 SM상선으로서 막대한 지출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많으면 수조원에 달할 사업 안정화 비용이 SM상선에게 큰 비용 부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SM상선은 대형 화주를 노리는 대신 ‘값싼 운임’을 무기로 하는 저가 전략을 취할 전망이다. 싼값에 선박을 구입해 낮은 운임으로 초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제 선박 가격은 하락세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선박 가격 하락세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지속되는 불황으로 선가(船價)가 많이 하락한 상태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새로 건조한 선박의 가격을 수치화한 신조선가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24로 2004년 1월(12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4800TEU급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4350만 달러 수준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M상선도 사업 시작 단계에 있어서 얼라이언스 가입이 안되어있고, 컨테이너 박스가 부족하다던지 하는 자신들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라며 “SM상선은 대형 화주가 되길 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현재는 저가 전략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현재 신조선가가 이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많이 떨어져서 선박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저가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M상선과 같은 SM그룹 계열 벌크 전문 선사 대한해운의 SM상선 지분 투자 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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