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세 일부 종목에 편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강세에도 코스피 5% 상승 그쳐

코스피가 상승랠리 끝에 조정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업종 강세와 외국인 매수세만으로는 박스권 돌파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에 위치한 코스피 현황판 / 사진=뉴스1

코스피가 상승랠리 끝에 조정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넘어설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나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실적 기대감에서 비롯됐으나 실적 기대감이 일부 종목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16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2.62포인트(0.61%) 하락한 2064.1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2080선을 돌파하면서 박스권 돌파 기대감을 키웠으나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조정을 보이고 있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IT업종 강세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은 15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4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전년 대비 120% 증가한 7조원이 예상된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분만해도 20조원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특정 종목의 상승세를 코스피 전체 상승률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저점 이후 상승세를 탔다. 이 기간 동안 세 종목의 시가총액 증가분은 110조원 수준이다. 시가총액이 35조원인 SK하이닉스 정도의 종목이 3개 더 생겨난 셈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5월 1980포인트에서 2080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세종목이 가중평균 상승률 53%를 기록할 때 5% 가량 오른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종목 수익성 증가만으로는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은택 SK증권 스트래지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영업이익 증가분만 20조원이 넘기 때문에 코스피 상장 종목들의 올해 연간 순이익 120조원 돌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20% 가량 추가 상승해도 코스피는 산술적으로 2120포인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 주가가 새로운 수준에 도달하겠지만 코스피 전체에 대한 베팅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증시의 동반 상승도 코스피 상승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뒷받침한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2.99% 상승하는 동안 삼성전자가 없는 신흥국 증시도 2.95%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은 세계 증시 추세에 따라 신흥국으로 자금을 순환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지난주까지 코스피에서 1조4305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73억원 매도우위, 기관은 1조5284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국내 기관과 개인이 모두 팔아치울 때 홀로 사들였고 코스피는 2080선을 넘은 셈이다.

 

이날 코스피 하락도 외국인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394억원을 순매도 했다. 기관이 1847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지수 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수세의 원인에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근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단 환율 여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달러 강세 속에서도 향후 환율 상승폭이 더 클 것이란 전망에 매수 폭을 늘렸다는 지적이다. 다만 환율 흐름과 외국인 매수 패턴이 다르다는 점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리 유럽 기준금리는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의 동력으로 제시된다. 최근 코스피에서 외국인 매수세를 국가별 금리차를 활용한 캐리트레이드 가능성으로 풀이하는 시각이다.

 

이은택 스트래티지스트는 "올해 코스피 랠리는 삼성전자 등 IT 업종 호실적에 영향을 받았지만 사실 신흥국 증시의 랠리라는 의미가 크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사는 것이나 신흥국 증시를 사는 것이나 같은 패턴이라 삼성전자 주가가 250만원에 도달해도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을 가능성이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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