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지급 이유 교보·한화는 '주주 배임', 삼성생명은 '형법적 배임' 내세워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지급촉구 및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뉴스1

삼성·한화·교보 등 3대 생명보험사가 각기 다른 지급 명목을 내세우며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으로 자살보험금 논란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빅3 보험사는 공통적으로 2011년 이후 청구 건에 한해 미지급 자살보험금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지급 방식은 각 보험사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제재 결정은 보험사 일부 지급과 별개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6일 삼성생명은 교보·한화생명에 이어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 자살보험금 일부를 지급하기로 하고 이날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또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 지급방안과 명목 등을 결정해 이번주 안에 추가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일단 삼성생명은 교보·한화생명과 마찬가지로 2011년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만 지급하기로 했다. 2011년 1월 24일 이전에는 보험업법상 '약관 불이행'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2011년 1월 24일 이후 미지급 건 전체에 대해 보험금을 주기로 한 것과 같은 의도다.

다만 삼성생명은 2012년 9월 5일 이후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을 지급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ING생명 등 보험업계에 자살보험금 지급을 권고한 시점인 2014년 9월 5일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소멸시효 2년 기간을 고려해 2012년 9월 6일부터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2011년 1월 24일부터 2012년 9월 5일까지 청구된 금액은 '자살 예방 사업'에 쓰기로 했다.

한 보험사 관계사는 "삼성생명이 일단 약관 위반에 대한 제재가 가능해진 2011년 1월 24일 이후를 지급대상으로 한다고 하면서 2012년 9월 6일 이후 미지급 건에 대해서만 자살보험금을 주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금감원 제재와 관련해 법적 문제를 모두 피해가고 금감원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한화는 '주주 배임' , 삼성생명은 '형법 배임' 내세워 전액 지급 거부


삼성생명이 지급하기로 한 금액은 400억원 정도다. 전체 미지급액(1608억원)의 24.9%다. 자살 예방 사업에 쓴다고 밝힌 2011년 1월 24일부터 2012년 9월 5일까지 청구 금액은 200억원이다. 두 금액을 모두 합쳐도 전체 미지급액의 37.3%밖에 안 된다.

교보생명은 지난 2일 이달 중으로 미지급 자살보험금 1134억 중 18%가량인 2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삼성생명과 달리 보험금 지급이 아닌 '위로금' 지급이라는 이름으로 자살보험금을 받을 계약자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 지분을 50% 가까이 가진 외국계 투자자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위로금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도 2011년 1월 24일 이후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급규모는 교보생명과 비슷한 200억원대다. 미지급금 1050억원의 19%에 불과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감독당국 입장, 회사 경영 여건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도 다른 생보사처럼 배임 문제로 인해 전액 지급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은 민법적 배임 문제가 아닌 '형법적 배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법적으로 주주가 직접 이사에게 문제제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생명은 형법적 배임과 관련해선 제3자가 얼마든지 회사에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소멸시효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다수 법학자는 형법적 배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 상법 전문가는 "형법적 배임은 위법한 행위가 명백해야 하기 때문에 자살보험금 지급과는 관련이 없다"며 "누군가 형법적 배임 문제로 검찰에 고소한다 해도 검찰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약관은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약관에 명시되어 있으면 자살보험금을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을 계속 미루면서 지연 이자가 쌓이고 있다"며 "보험금 미지급 결정 자체가 회사에 대한 배임 문제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재와 회사의 일부 지급 결정은 별개"라며 "회사의 결정이 제재 감경 사유가 될 지에 대해선 제재심의위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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