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제4차 산업혁명]④ ‘혁명 성지’ 독일의 교훈
  • 이승욱 기자(gun@sisajournal-e.com)
  • 승인 2017.01.1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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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추진과정에서 표준화 지연 등 문제 노출…민·관 합동 대응체제 구축이 성공 키워드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제조업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혁신시킨다. 4차 산업혁명에서 기존 제조업은 빅데이터와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Platform) 비즈니스 등과 결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은 공장 자동화가 최적화된 ‘스마트 팩토리(Factory)’ 등 스마트해진 새로운 제조공정이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기존 제조업 기반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맞아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세계 최대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자랑했던 독일의 경험을 잘 유념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독일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주력산업인 제조업이 쇠퇴의 길을 겪었다. 당시 독일은 미국과 일본보다 높은 노동 비용과 함께 고령화와 생산 인구 감소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겪어야 했다.

 

원자력발전소 폐쇄와 신재생 에너지 도입 정책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한때 유럽 최대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흔들어 놓았다. 제조업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2013년 세계 2위였던 독일 제조업은 2018년 4위로 추락할 것이 예상될 정도로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런 위기의 순간에 독일이 선택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었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제조업 혁신을 모색한 것이다. 독일은 지난 2006년 독일 최초의 포괄적 혁신전략인 ‘하이테크’ 전략을 공개했다. 지난 2010년 독일은 향후 10년 간 독일의 제조업 혁신을 이끌 중장기 전략인 ‘하이테크 2020’을 마련해 발표했다.

 

2012년 3월 메르켈 정부는 하이테크 2020의 세부적 실천 계획인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하이테크 2020의 10대 전략 중 ‘Industry(인더스트리) 4.0’을 핵심 성장 과제로 삼았다. 4차 산업혁명의 준비 단계인 롤 모델을 독일이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이 Industry 4.0은 지난 2015년 초 변신을 꾀해야 했다. 초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생겨난 것이다. 당시 Industry 4.0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표준화의 지연, 데이터 소유권의 정책 부재, 중소기업의 소극적인 참여, 디지털 업무 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

 

우선 표준화 이슈를 능동적으로 끌고 가지 못한 것이 문제로 꼽힌다. 제조 산업에서의 표준화는 가장 중요한 이슈다. 초기에 표준화가 잘못 설계되면 디지털화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이로 인한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노출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다는 점도 독일이 추진했던 초기 Industry 4.0 정책을 불안하게 했다. 외부 업체나 경쟁사들에게 기업의 고유 자산인 데이터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태도가 협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소극적인 참여도 Industry 4.0의 추진을 더디게 했다. 지멘스와 보쉬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제조업 혁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제조업에서 큰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의 참여는 저조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막대한 투자 규모가 부담되는데다, 정보 노출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이 제조 공정의 디지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 부족도 독일이 Industry 4.0을 추진하던 초기에 겪었던 큰 어려움 중 하나다.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생산라인을 기계가 대체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변화된 업무 환경에 적합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교육 시스템이나 인력 배출 양상은 제조 혁신의 양상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은 Industry 4.0​ 추진 과정에서 문제점이 늘어나자 정부가 직접 기업과 사회 전반에서 제조업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2013년 Industry 4.0이 산업협회의 주요 연구 어젠더로 부각됐지만 지지부진한 양상을 극복하지 못하자, 2년여 만인 지난 2015년 4월 새로운 ‘Platform Industry(플랫폼 인터스트리) 4.0’으로 한단계 진화했다.  

PlatformIndustry 4.0은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 폭넓은 정치적, 사회적 지지를 바탕으로 제조 혁신을 이룬다는 게 핵심적인 구호였다. 이 정책은 독일 경제통상부와 교육과학부가 주도하면서 기업과 다양한 협회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정책 추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 폭을 넓혔다. 독일은 표준화 및 법적으로 정책 추진을 저해했던 걸림돌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 사례와 같이 세계 각국은 민·관 합동이라는 큰 줄기를 바탕으로, 각 국이 처해진 산업 구조와 제반 여건을 바탕으로 현실에 맞는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제도 등 기업 생태계가 선진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은 최첨단 기술력과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민간기업과 고급 인력 확보가 가능한 우수한 환경을 파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정부는 민간기업이 수행하기 힘든 공공재인 R&D(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한편, 정부 데이터 공개 등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은 과학기술 분야 이외에 교육과 노동, 금융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015년 6월 일본은 ‘일본재흥전략 2015’을 발표하면서 경제산업성 산업구조심의회에 민·관 공동 ‘신산업구조부회’를 설치해 IoT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혁신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4월 4차 산업혁명을 국가 혁신 프로젝트 차원으로 확대한 선도전략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제조업 분야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변화도 무서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2015년 독일의 Industry 4.0을 벤치마킹한 ‘중국제조 2025 전략’과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추진하기로 발표하고 제조혁신센터 건설, 스마트 제조, 공업기반 강화, 녹색 친환경 제조, 첨단 설비 등 5대 중점 프로젝트와 10대 육성산업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강력한 리더십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필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제시되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었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우리의 현실에 맞게끔 어떻게 적용할지, 그리고 그 솔루션은 무엇일지 상상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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