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장 "돈 많이 벌자!"만 외쳐…불완전판매로 추락한 신뢰부터 추스려야

"올해도 돈 많이 법시다!"

경제·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사 CEO들이 새해 한자리에 모인 기념사. 단상에 오른 한 인사가 이같이 외쳤다. 금융, 외환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가 이날 모임의 화두였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화두는 '돈을 많이 벌자'였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건배사도 '풀 풀 풀'이다. 올해 금융사 모두 돈 많이 벌고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금융권별 협회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17년 범금융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얼굴을 보였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도 대거 참석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이동걸 KEB산업은행 회장, 등 금융권 주요 인사가 행사장에 모였다. 국내 금융권을 움직이는 큰 손들이 모인 모습만으로도 행사장이 가득찬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후 2시쯤 행사가 시작됐다. 로비에서 인사를 나누던 인사들이 행사장에 들어섰다. 이날 행사장에는 의자가 모두 치워진 상태였다. 참석인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참석자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장 중심으로 은행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동우, 윤종규, 이광구 행장이 서로 가까운 곳에서 인사를 나눴다. 함영주, 이경섭 행장은 행사 내내 붙어서 담소를 나눴다. 은행을 제외한 협회, 증권, 카드, 국책은행 등 관계자들은 행사장 뒤나 옆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날 자리에 온 한 금융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많은 금융인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본인도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고 전했다. 범금융 신년인사회는 1994년부터 시작됐다. 금융권에서 추진해야 할 주요 과제, 경제적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매년 1월 초에 열린다. 이 자리에서 나온 주된 관심사는 역시 '돈 벌자'에 있었다. 이 점이 아쉬운 점이다.

은행장 연봉은 보통 10억원이 넘는다. 실적이 많이 나오면 상여금 등으로 더 받아간다. 이 보수가 금융 발전에 기여하는 정당한 대가라고 한다. 하지만 금융 민원, 정보 유출, 불완전판매 등 금융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던 부분에서 금융 리더들이 책임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반대로 은행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었다. 특히 올해부터 불완전판매나 민원 건수가 많은 금융사 직원 인센티브를 깎겠다고 나선 정부 방침만 봐도 그렇다. 불완전판매가 나올 때마다 은행 직원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실적 압박'이다. 돈을 조금이라도 벌어다 줘야 본인이 살아남다는 말이다. 

금융소비자 피해는 은행이 '돈 많이 벌자'는 생각만 앞세울때 발생한다. 이익 창출이 금융사에 기본적인 평가 잣대가 된다는 말은 맞다. 다만, 반드시 이것만 있어야 한다는 건 잘못됐다. 소비자 보호와 기업 지원, 경제 안정 등 이바지해야 할 일이 꼭 '돈 버는 데'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돈 버는 데에만 정신이 매달려 있다보니 매년 시중은행 분쟁조정 민원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이다. 복잡한 금융 상품을 판매할 때면 불완전판매는 당연하다는 듯 나타난다. 마찬가지 이유라고 본다. 

금융사는 신뢰를 먹고 산다. 고객 민원에 빠르게 대응하고 해결하는 게 금융권 신뢰 개선에 도움이 된다. 이는 수익으로 바로 이어진다. '금융권 신뢰를 제대로 구축하자'가 이날 신년인사로 나왔어야 했다. '돈 많이 벌자'를 굳이 말해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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