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채권평가손실 위험 확대…추가 금리 상승 대비 필요"

증권 업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15%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금리 인상을 전후로 높아진 시장금리가 국내 증권사들에 부담이다. 사진은 국내 증권사들이 밀집한 여의도 증권가 / 사진=뉴스1

지난해 미국 금리 인상을 전후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12일 증권투자 업계에 따르면 증권 업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15%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증시 침체 분위기 속에서 주식거래대금이 감소한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평가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사업모델의 전환이 진행되는 가운데 손실 가능성은 충분히 시장에 인지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일단 저금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수수료 민감도가 커지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이 진행됐다. 거래대금 감소가 실적에 부정적 요소이긴 하지만 이미 수수료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새로운 악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원 수준으로 3분기 8조1000억원에 비해 12% 가량 줄었다. 2015년 4분기에 기록한 8조원에 비해서도 11% 가량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5000억원 수준으로 2014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수수료 민감도가 커졌고 인터넷 활성화로 정보 격차가 줄어든 데다 비차별적 서비스에 수수료 거부감이 커졌다"며 "증권사들의 기존 사업 모델은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정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대금 감소에 증권사의 채권 보유 비중은 늘었다.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총 채권 규모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184조원 수준이다. 2011년말 100조원을 넘어선 후 5년 만에 84%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3분기말 국내 증권사의 총 자산인 384조원의 48%가 채권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증가는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중금리 수익을 원하는 투자 수요 증가에 발맞춘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역시 전통적인 수수료 수익이 아닌 수익 다각화가 필요성에 파생결합증권, RP 등에서 자금조달이 늘었고 채권 보유가 증가하게 됐다.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비중이 늘어난 가운데 시중 금리가 상승하며서 보유 채권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대선일인 지난해 11월 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385% 수준이었으나 이날 3년물 금리는 1.653%로 27bps 가량 높아졌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해 2분기나 3분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아졌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은 "시중금리 상승으로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실 위험이 확대됐다"며 "당사 신용등급을 가진 26개 증권사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증권사 채권평가손실액은 약 3000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채권평가손실로 일부 증권사는 4분기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증권사 분기평균순이익이 527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분기순이익의 58% 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혁준 실장은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2016년 4분기 증권사 채권평가손실 추산액은 자기자본 대비 0.7%, 보유채권 대비 0.2% 수준이라 당장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다만 추가적인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증가 우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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