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대면 서비스와 차이 없다…"은산분리 풀리면 다를 수도"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와 안효조 K뱅크 대표. 기존 은행권이 은산분리 등을 이유로 인터넷은행 출범이 당장 금융권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이달 말 출범 예정인 가운데 기존 은행들은 "큰 변화는 당장 없을 것"이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일단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비대면 거래는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은산분리 규제도 완화되지 않아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은행권 입장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뱅크는 이달 말 공식 출범한다. 늦어도 2월 초에는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도 금융위 본인가 신청을 끝으로 올해 상반기 중 오픈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기술(IT)을 주축으로 기존 은행과 달리 지점없이 모든 업무를 인터넷과 모바일, 현금자동입출금(ATM) 등 자동화기기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은행이다.

고객 입장에서 기존 은행과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지점이 없다보니 은행 업무를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가능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라는 굳어진 은행 영업시간이 없어지는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소액 간편 대출도 클릭 하나로 가능하다. 편의점 등을 통해 오프라인 기반 점포 영업도 이뤄질 예정이다. 고객 입장에선 편의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기존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하나만으론 금융권에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은 "은행 임직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특별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에 은행권이 보여준 비대면 거래와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이 모바일 대출 서비스를 시연하는 모습. / 사진=뉴스1
기존 은행이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만으로도 24시간 고객이 필요한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키오스크 등이 확산 되면서 주말에도 비대면으로 계좌, 카드 발급 등이 가능해졌다. 기존 은행 고객 입장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이 보여주는 기술이 기존 은행과 치이점이 없는 것이다. 이에 당장 고객 유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존 은행권 관계자 시각이다.

NH농협지주 한 관계자는 "은행권도 인터넷전문은행처럼 비대면 거래만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다 갖춰 있다"며 "다만 지점 등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오프라인 필요성과 지점 등 운영 인력이 많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만들지 못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후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고 은행이 판단한다면 지점 통폐합 등 축소 경영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은행권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가 또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꼭 필요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 은행법으로는 KT와 카카오 등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비금융회사가 의결권 지분을 4% 이상 확보할 수 없다. 산업 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인터넷전문은행 성공 여부와 직결돼 있다고 판단, 특례법을 통해 인터넷은행만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가 확산될 우려에 국회 통과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

다만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은행권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준성 부행장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소비자에게 '기존 은행과 뭐가 다르지?'라는 의문은 던져주고 있다"며 "이 정도만으로도 혁신이다. 잔물결 하나가 나중에 큰 파도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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