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참패·전세값 하락에 재건축 매매가 추락까지 '트리플 악재'

 

전국구 부동산 시장으로 불리던 서울 반포의 시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단기 급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분양불패라는 이곳에서 지난달 분양한 한 아파트는 한달 이상 미분양 떨이판매를 진행중이고, 역대 최고가 신화를 썼던 또다른 아파트 전세가는 2억원 가까이 추락했다. 대표적 재건축단지 매매가는 3개월 전보다 3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삼성물산이 잠원동에 분양한 ‘신반포 리오센트(신반포 18·24차 재건축)’ 일반분양 146가구 중 10여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한강변 우수한 입지와 선호도 높은 아파트 브랜드, 분양세대 모두 전용 59~84㎡의 중소형 평형 구성과 같은 조건을 이유로 조기완판을 예상했다. 실제 인근에서 해당 아파트보다 2개월 먼저 분양에 나선 대림산업 ‘아크로리버 뷰’는 평균 306대 1로 서울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정당계약 3일 만에 완판됐다. 11·3 대책을 기점으로 청약경쟁률 306대 1에서 미분양 분양참패까지 추락한 것이다.

전세시장 역시 고전하고 있다. 2013년 분양당시 3.3㎡당 평균분양가 3985만원으로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운 ‘아크로리버 파크’ 전용면적 84㎡ 전세 시세는 11억원에 형성돼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13억3000만원까지 거래되던 게 2개월여 만에 2억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단지 바로 옆에 외국인 학교가 있고 찻길만 건너면 자사고인 세화고교가 있는 등 학군이 전국 최고”라며 “새학기를 앞두고 학군수요가 몰릴 때인데다 입주 5개월차를 맞는 신축이어서 전세가가 13억원까지는 유지될 법 한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단지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구반포 ‘반포주공1단지’ 매맷가는 3개월새 3억원 이상 추락했다. 지난해 10월 전용 84㎡가 26억 원 안팎에 매물이 올라왔지만 최근엔 23억원까지 내린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오는 18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 심의안건 통과여부가 결정되고, 조합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는 만큼 사업진행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아파트값이 추락하고 있고 이마저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관망세만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포가 여타 지역보다 하락세가 큰 이유에 대해 단기간에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에 반작용 효과도 큰 것이라고 분석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가파르게 아파트값이 오른 자치구는 9.53% 상승률을 보인 서초구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평균치인 6.09%보다 월등히 높다.

높은 상승률을 보여온 것은 실수요 뿐 아니라 투자수요가 많이 몰리기 때문이다. 서초구, 특히 반포동은 2000년대 중반 ‘반포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 등의 고급 아파트 준공과 함께 90년대 부촌의 대명사인 압구정동의 계보를 잇는 신흥부촌으로 부상했다. 이후 실수요 목적보다 투자 성향이 짙어지면서 정부정책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투자성격이 짙은 지역의 경우 민감도가 커 오를땐 빨리 오르고 내릴 땐 더 빨리 떨어진다”라며 “투자수요가 많은 반포도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 하락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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