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과정서 암초…당분간 자숙하며 복귀 노릴 듯
만취난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화그룹 3남 김동선씨(28)가 한화건설에 사의를 표명했다. 한화건설 경영권 획득 가능성이 유력하던 김동선씨가 암초를 만났다. 다만 상황이 진정된 뒤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한화건설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동선씨는 재직 중인 한화건설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씨는 변호사를 통해 만취난동 사건으로 한화건설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한화건설은 사표수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씨 사직은 만취난동에서 비롯됐다. 김씨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종업원 2명을 폭행, 순찰차를 파손한 혐의로 구속됐다.
시간이 갈수록 김씨는 궁지에 몰렸다. 대한항공 난동사건과 함께 ‘금수저 갑질난동’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합의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아버지 김승연 한화 회장도 “잘못을 저지른 만큼 벌을 받고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김씨는 재벌 2·3세가 그랬듯이 입사 이후 승승가도를 달렸다. 김씨는 2014년 초 미국 다트머스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10월 한화건설에 대리(매니저)로 입사했다. 김씨는 2015년 한화건설 팀장으로 승진해 이라크 비스마야,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등 해외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또 2015년말 역점 사업인 갤러리아 면세 테스크포스팀(TFT)에 참여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에는 신성장전략팀 팀장으로 발령 받았다. 사장 직속부서인 미래전략실 하위 조직으로 한화건설의 ‘핵심 조직’이다.
이번 사건으로 김씨의 경영권 참여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그룹은 면세점 사업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대표적으로 두산그룹 두타면세점을 들 수 있다. 오너일가인 박서원 전무가 면세점 사업을 이끌고 있다. 중요성을 감안해 오너일가가 투입된 것”이라며 “김동선씨가 갤러리아 면세점 등 중요 사업을 기반으로 한화건설 사장에 취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가 완전히 한화건설 경영권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 내에서 한화건설의 중요성 때문이다. 한화건설은 한화생명의 지분율(보통주 2억5000만여주)를 보유하며 주요 주주로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전체 시가총액의 30%가 넘는다. 이에 한화생명은 ‘캐시카우(현금창출원)’라 불린다. 한화생명 관리 차원에서 전문경영인 최광호 대표를 대신할 오너일가가 투입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늘 그랬듯이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비난의 목소리가 가라 앉으면 김씨도 슬그머니 경영권에 복귀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