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계좌 78%는 10만원 미만 담겨…'국민통장' 별명 무색하게 서민들 외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서울 신한금융투자 본점에서 ISA를 개설을 마친 모습. 금융위와 금융권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ISA 개설한 지 1년이 됐지만 시장에선 외면받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 사진=뉴스1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금융권 우량 고객 만족을 위해 설계된 상품이다. 서민 고객 중 누가 그 계좌에 자금을 묶어둘 사람이 있겠나. 현재 들어오는 고객만 봐도 5년간 여윳돈을 넣을 수 있는 고객뿐이다. ISA가 설계될 때부터 타깃이 된 고객은 우량고객이다."

지난해 3월 출시해 기대를 모았던 ISA와 관련해 한 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ISA가 '국민통장'이라는 별칭이 무색할 만큼 '국민 외면 통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권 ISA 타깃 고객이 따로 있었다는 말도 전했다. 수익률과 비과세 혜택을 노리고 자금을 넣을 수 있는 우량고객이 이들이다.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 증권사 등은 지난해 3월 ISA를 '국민통장'이라고 홍보하며 야심 차게 해당 상품을 전 금융권에 출시했다. 하지만 해를 넘겨 올해 1월이 된 ISA계좌는 대부분 '깡통통장'으로 전락했다.

ISA는 출시한 지 불과 보름 만에 121만명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이런 추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8개월 만인 지난 10월 가입자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해지하는 사람이 가입하는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신한은행 한 지점 관계자는 "ISA 가입 상담을 먼저 물어보는 고객을 본 적이 없다"며 "지점에서 ISA 상담 플래카드나 용지를 치운 지 오래"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처음부터 은행 간 무리한 할당경쟁이 시작해 궁금해 하는 고객이 모이는 듯 했지만 지금은 고객이 외면하고 있다"며 "세제 혜택도 별 볼일 없는 데다 가입기간이 5년으로 잡혀있다. 가입자격까지 까다롭다. 고객이 알아서 발 돌리게 만든 상품"이라고 말했다.

ISA 대부분 계좌는 10만원 미만 소액계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 출시 6개월(3월~9월) 동안 240만 계좌가 개설됐다. 대부분(78.8%) 계좌에는 10만원 이하 소액이 들어있다. 1만원짜리 계좌도 전체 절반을 넘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0만원 이하 깡통계좌에선 고위험 등에 투자했다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10만원 이하 계좌는 수익률이나 세제혜택을 바라고 가입한 계좌가 아니다. 혹시 괜찮은가 싶어 만든 계좌다. 나중에 해지해야 할 휴면계좌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잔액이 1000만원이 넘는 계좌는 전체 4%미만"이라며 "일년에 최대 20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는 계좌에 돈을 최대한 넣어 세제혜택을 보려는 최상위 4%만이 이 통장 최대 수혜자"라고 꼬집었다.

낮은 수익률도 일반 은행 고객이 ISA를 외면하게 만들었다. 서민들이 투자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5년간 자금을 넣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일임형 ISA 상품 201개 중 175개(87.1%)가 최근 3개월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저위험형 48개 상품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초저위험형은 20개 중 8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원금 보장을 우선시하는 초·저위험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것이다. 전체 일임형 ISA 누적 수익률은 0.5%에 불과했다.

주윤신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ISA 도입을 위해 벤치마킹한 영국은 '중산층 이상의 자산축적 지원'에, 일본은 '자본시장 활성화'에 목적을 두고 ISA를 만들었다. 한국은 두 나라와 달리 취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며 "ISA 세제혜택이 많지 않은데 5년 의무기간을 두고 중도인출까지 막다보니 서민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수석연구위원은 "최소한 세제혜택을 더 부여하거나 중도인출제도를 풀어줘야 한다"며 "현재 운용되는 ISA 계좌 형태로는 제도 활성화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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