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도 트럼프 행정부 불확실 판단…한국경제 선택지 적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의 14%가 집중된 미국은 오는 20일 새로운 행정부가 드러설 예정이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 사진=뉴스1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구조조정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을 둘러싼 주요국들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의 14%가 집중된 미국은 올해 대통령이 바뀌고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미국 경제는 장기간 저성장 터널을 벗어나 정상화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 인상은 정상화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을 이끌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인프라 투자 확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한국 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했던 대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만 나온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실행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정부나 기업이나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년만에 디플레이션이 종료되고 경기회복의 실마리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며 "다만 각종 기대감이 실제 숫자로 확인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불확실성…한국 경기 회복은 내수에서

 

미국 현지에서는 새로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실체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트럼프의 정책을 "불확실성을 성장으로 잘 포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변수를 예단하려 하지 말고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을 강화하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수 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역시 부진한 가운데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선택할 방법은 많지 않아서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출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2016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수출은 464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431억3000만달러보다 7.7% 증가했다. 반면 지난 10월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3.2% 줄어 기록해 9월에 이어 연속 감소했다.

 

그렇지만 내수 회복을 위한 정책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정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한국경제는 직전 분기에 비해 0.7% 성장했다. 그러나 정부소비와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0.8%p를 차지했다. 정부가 추경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부동산을 부양하면서 추락하는 성장률을 겨우 끌어올린 셈이다.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순수출의 기여도는 모두 2분기 보다 악화됐다. 특히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6%p였다. 수출부진이 성장을 갉아먹은 셈이다. 이 때문에 정책 부문과 민간 부문의 불균형은 오히려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대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양호했지만 지속성은 취약하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정부의 재정지출 운용에 따라 지그재그형 성장이 반복되서는 통화 및 외환정책 역시 경기 부양 압력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성장 탈출·기업 구조조정 해법, 실행이 중요할 때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초에도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대책 마련이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1년새 한국 경제는 산업 구조를 바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실패했다.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산업을 성장시킨 한국이 위기를 맞아 다시 정부 주도 방식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국내 경제를 성장시킨 중후장대형 산업에 적합한 방식을 답습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들의 창의성과 혁신으로 한국 경제를 다시 한번 도약시키겠다던 정부 정책은 정치 불안 확대로 기대감을 축소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불확실성을 이겨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확실한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뻔한 얘기지만 정부 청탁이나 배경 없이 노력 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기본적인 부분이 갖춰진다면 어떤 대외 변수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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