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5개월 만에 국가 프로젝트 수정…"신중한 정책 판단 필요"

3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에서 생산 공정의 자동화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이를 통제할 숙련도 높은 관리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단점이 노출됐다. 또 수시로 바뀌는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공정시스템은 생산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생산 가용성에 대한 예측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런 모든 제약조건을 제거하는 움직임에서 출발했다.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조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세계 각국은 현재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드론, 스마트공장, 전기자동차 등 4차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한국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한국 정부는 지난 2014년 민관공동으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하고 제조업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경공업(제조업 혁신 1.0)에서 조립‧장치산업(2.0) 그리고 융합 신산업(3.0)으로 변화하는 제조업 패러다임에 맞춰 융합형 신제조업 창출(스마트공장, 실증시범특구), 주력산업 핵심역량 강화(소재·부품, 소프트파워), 제조혁신 기반 고도화(인력·입지·R&D)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4차 산업과제를 추진 중에 있다.

◇ 스마트 공장, 실증 시범특구 현주소는?

스마트공장은 설계, 생산, 유통 등 전 제조과정을 스마트화 해 최소비용과 시간을 들여 고객맞춤형 제품을 생산한다. 정부는 스마트공장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핵심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센서·솔루션 등을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해 신흥국 등에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공장은 2020년까지 민관합동으로 1조원을 투입, 1만개(2017년 4000개)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277개사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을 시범운영한 결과, 제품의 불량률은 33% 감소했고 원가는 23% 절감, 납기 또한 단축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6일 민관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에 따르면 스마트공장이 구축 완료된 곳은 1566개, 구축 중에 있는 1045개 등 총 2611개 공장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정부는 무인항공기 자율주행자동차처럼 기존 법·제도에서는 허용하기 어려운 혁신제품에 대한 실증 및 시범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정지역을 실증 시범특구로 지정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역특구법·산업융합촉진법 등 관련법령의 개정하고 혁신제품의 조기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남 고흥항공센터 인근이 무인비행기 실증특구로 지정돼 센터 반경 54㎞가 전용주파수 할당 및 무인기 전용공역이 확보됐다. 이 특구에서는 정부가 오는 2023년까지 개발하려는 시장선도형 틸트로터 무인기 등을 실험하게 된다. 특구지정으로 그동안 고도(0~500피트), 무게(12㎏ 이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역항공청에 비행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특구지정으로 면제됐다.

대구광역시와 성남시가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자율주행 시범단지를 운행하고 있다. 이에 성남 판교 제로시티에서는 올해 12월 13인승 규모 자율주행 셔틀차량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대구에 시범운행단지를 구축하고 인프라에 대한 기술자문과 자율차 교통수단 관련 법규인증을 위해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통과하면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 1년 만에 다시 내놓은 ‘산업엔진’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 7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우리 기업의 산업경쟁력을 강화 하기 위해서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본격 추진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 기술강국과 공동개발연구 등이 핵심이었다. 국내 자체 역량만으로 기술 확보가 어려운 분야는 선진 기술을 보유한 국가와 협력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핵심기술을 습득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정부가 선정한 13대 산업엔진은 △고속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국민안정,건강 로봇 △첨단소재 기공시스템 △자율주행자동차 극한환경용 해양플랜트 △탄소소재 △첨단산업용 비철금속 소재 △웨어러블 스마트디바이스 △가상훈련시스템 △개인맞춤형 건강관리시스템 △스마트바이오 생산시스템 △초임계이산화탄소 발전시스템 △직류송배전 시스템 등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산자부는 난데없이 한국의 미래 산업먹거리로 12대 신산업을 선정, 연구개발(R&D)에 약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심 끝에 내놓은 국가 프로젝트가 불과 1년 5개월 만에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당시 정부가 발효한 12대 신산업은 △첨단신소재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차세대 디스플레이 △차세대 반도체 △전기·자율차 △스마트·친환경(LNG)선박 △IoT 가전 △로봇 △바이오헬스 △항공·드론 △프리미엄 소비재 △에너지 신산업 등이다. 13대 산업 엔진 프로젝트 가운데 초임계 CO2 발전 시스템과 직류 송배전 시스템, 해양플랜트 등이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는 글로벌 산업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불가피한 정책 수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4차 산업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애초 신중하지 못한 정책결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산업환경이 시시각각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정책을 바꿔 내놓을 것인가. 4차산업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정책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산간오지 지역 및 고도가 높은 지역의 고속도로, 철도 신설 지역 등 사람이 직접 현장 상황을 측정하기 힘든 지역에 드론을 투입, 더욱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통신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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