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연결성 극대화되는 새 시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Industry 4.0)이라는 키워드가 전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종국적으로 기술·산업이 ‘인공지능(AI)에 의해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된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관심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평가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유토피와’ 또는 ‘디스토피아’로 빗댄다. 양 극단의 전망이 존재하는 것이다. 저성장을 극복하는 호재라는 낙관론과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라는 비관론이 엉켜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현실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IT 테크놀로지의 숨 가쁜 발달과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다양한 플랫폼(Platform)의 등장은 이를 부추긴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상을 정확히 진단해야할 필요성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전문가들은 없다.

시사저널e는 4차 산업혁명이 붐을 이루고 있는 2017년을 맞아, 그동안 우리가 한 번도 맞이해보지 못한 획기적인 새로운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집중 조명하는 신년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올해 2017년, 정유년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 세계적 어젠다가 보다 현실화되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가 주최하는 46회 다보스포럼의 주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로 다뤄지면서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화두로 등장했다.

당시 WEF는 4차 산업혁명을 우리 인류가 맞이할 네번째 산업 혁명의 시대로 정리했다. WEF는 증기기관 등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과 대량생산 시대의 진입을 고한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컴퓨터와 디지털로 상징되는 3차 산업혁명 등 세 번의 큰 격변기를 거치며 성장한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고 선언했다.

4차 산업혁명을 함축적으로 인간과 기계가 지닌 잠재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기계가 지능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인간 신체에 컴퓨팅 기술이 직접 적용되면서 기업과 정부 및 수요자간의 소통을 새로운 차원으로 향상시킨다’는 의미다.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ML), 로봇공학, 나노기술, 3D프린팅, 그리고 유전학과 생명공학기술 등이 융복합을 통해 발전하는 시대를 상상해봄 직도 하다. 결국 서로 단절돼 있던 기술과 산업 분야들이 그 벽을 허물고 공유해 혁신을 이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주도하는 시대가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새 세상이다.

◇기술 벽 허물고 혁신하는 새 패러다임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기술로는 인공지능(AI)과 메카트로닉스(기계·전자·전기공학을 합한 신개념)와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신소재기술, 에너지저장기술, 퀀텀(고성능 양자) 컴퓨팅(computing) 등이 꼽힌다. 이러한 기술 혁신으로 기가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스마트단말, 빅데이터, 딥러닝, 드론, 자율주행차 분야 등의 산업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

기술 측면에 국한하지 않고 광의의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분석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기술 혁신, 또는 제조업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재생산하는 일종의 플랫폼(Platform)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 시장 전체를 그 범주로 보는 해석이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IoT)은 상호 연결된 기술과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 장소 등 각종 사물과 인간을 연결한다. IoT 환경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산업 발달에 영향을 주고 여기에 인공지능 개념이 더해지면서 삶의 변화까지 이끌어 올 수 있다.

공유경제 개념과 유사한 블록체인(Block Chain)도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인지하지 못하는 사용자들이 구축하는 일종의 공동 시스템이다. 암호화된 공유되는 시스템으로 특정 사용자가 시스템을 통제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디지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화폐 부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종 국가발급 증명서, 보험금 청구, 의료기록, 투표 등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술의 혁신을 뛰어넘는 개념”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지만, 정확히 말하면 시장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장에서 자동화 기술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제조와 플랫폼 기술 발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개념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과 암: ‘일자리 실종’ 고용 불안 VS ‘생산성 향상’ 고용 창출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에 불안한 기색도 없지 않다. 2016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고용보고서’는 충격적인 미래 전망을 담고 있었다. 당시 보고서에서 연구자들은 2020년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 일자리 710만개가 소멸하는 반면 새로운 일자리는 200만개가 창출된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510만개의 일자리는 감소할 것이라는 의미다.

다소 시간이 지난 연구조사 결과이지만, 2013년 9월 옥스퍼드 마틴 스쿨 연구팀의 분석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분석 결과, 컴퓨팅(computing)의 확산으로 20년내​ 현재 직업의 약 절반을 불필요하게 하고, 직업 안전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

우리 현실에서도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2.6%로 잡았지만, 일자리 증가규모는 1%당 10만명 수준이었다. 반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2년(경제성장률 2.3%) 당시 일자리 증가규모는 1%당 19만명으로 당시에 비해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비관론과는 상반된 장밋빛 분석도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네트워크의 확장과 사람과 사물,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이 결합하면서 소위 ‘수확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s of Rule: 투입된 생산요소가 늘어날수록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이 고용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이다. 장기적으로 로봇이 클라우드에 연결되고 학습을 공유하는 집단지성이 가능해지면 생산성 향상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성장 및 효율성 제고로 저성장 기조의 돌파로까지 이어진다.

장필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용분야에 대한 전망은 각 조사 기준이나 방법에 따라 굉장히 극단적이고 다양한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면서 “그만큼 급변하는 미래상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결과가 언제 예측 가능한 수준에 이를지 모르지만 현재가 대체되는 4차 산업혁명이 낳을 새로운 미래는 모든 측면이 고려돼야 정확한 전망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선택

 
4차 산업혁명의 불안한 기색과는 상관없이 이미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는 핵심 요소 기술의 혁신과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뇌과학, 인지컴퓨팅, ‘뉴로모픽칩’(뇌의 작동 방식을 실리콘에 구현한 칩) 등 ‘인간 모사(흉내내기)’ 분야에서 민관협력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13년 ‘Brain Initiative’를 발표하고 인지컴퓨팅와 뇌과학 등 기초연구 투자에 10년간 30억 달러 투입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인공지능을 기술혁신의 핵심 역량으로 정의하고, 민관 공동으로 의료 및 산업용로봇과 무인자동차 등에서 시장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대표 기업인 바이두 창업자 리옌홍은 2015년 3월 양회에서 국가 차원의 ‘중국대뇌 계획’ 수립을 제안한 바 있다. 역시 한국과 인접한 일본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의료와 물류, 보안 등에 접목해 국가 사회적 이슈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초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로봇혁명’을 이루는 로봇신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민간 부분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산업자원부 등 정부 차원에서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6일 미래창조과학부는 2017년 과학구실과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창출 등 4대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산업이 안고 있는 다양성 부족 측면이 문제다. 기존의 제조업 분야에 집중돼 있는 산업 구조는 난제로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국민경제에서 제조업과 첨단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고부부가치 첨단제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낮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2016년 6월)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 우리나라의 첨단제조업 부가가치 증가율은 –4.7%로, 전 세계 평균(4.2%)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반도체 통신기기 등 주력 ICT 제조분야들의 부가가치 증가율도 전 세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필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미래의 구체적인 양상이 현실 속에서 드러난 것이라기 보다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선언적인 의미와 그 기대 개념 수준”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지금 우리의 준비 정도는 어떤지, 우리가 안고 있는 위협 요소나 기대 요소는 무엇인지 탐색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2017년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산업을 육성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다양한 법 제도를 개선하는 시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교육 개혁을 통한 소프트 대학의 확산에도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4차 산업혁명과 산업구조의 변화 (이은민)

2016 다보스포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장필성)

제4차 산업혁명: 주요국의 대응현황을 중심으로 (한국은행)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상과 정책 시사점(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능정보 현황과 과제 (장석영)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