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대건설, 회계법인에 자료제출 요구…분식회계 가능성엔 의견 엇갈려

현대건설 미청구공사 잔액 상위 5개 해외 공사현장 / 사진 및 자료= 뉴스1,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현대건설과 외부 감사인인 안진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현대건설의 분식회계 정황을 명확히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주장과 “수주산업 전반에 대한 감사의 일환”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감원이 현대건설과 안진 회계법인에 대해 ‘미청구공사 대금과 추정 원가율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6일 밝혀졌다. 안진 회계법인에 대해선 5년치 감사보고서의 감사를 담은 ‘감사조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자료제출을 요구한 미청구공사와 추정 원가율은 건설사 및 수주산업 회계의 핵심으로 불린다. 건설사는 진행기준에 따라 회계를 작성한다. 이에 따라 실제 대금회수 여부와 무관하게 ‘수익’이 가상으로 잡힌다. 공기진행률은 추정 원가율에 따라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와 시공사 간 해석차에 따른 미청구공사 대금도 발생한다. 

특히 해외건설 현장에서 해당 회계 계정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해외현장은 추정 원가율과 이에 따른 미청구공사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대규모 분식회계 정황이 포착된 ‘대우조선해양’ 역시 해외현장 원가율 조작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사 역시 ‘해외현장 추정 원가율과 미청구공사 대금의 인위적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대건설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미청구공사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3분기 연결기준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3조6089억원이다. 직전해말(4조2658억원) 대비 6000억원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건설업계 최고 수준이다. 주요 공사현장별 미청구공사 잔액은 ▲UAE 원전 건설공사(2657억) ▲쿠웨이트 쉐이크 자베르 크즈웨이(1739억원) ▲UAE 사브 해상원유 및 가스처리시설(1282억원) ▲인도네시아 사룰라 지열발전소(800억원) ▲UAE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650억원) 순으로 높다.

이번 감리는 금감원의 ‘테마감리’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말 수주산업의 적정 공시여부를 중점 테마 관리 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다. 지난해 초부터 진행된 ‘수주산업 회계 선진화 방안’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이다.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를 방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안진회계법인과 엮여 ‘시범 케이스’로 현대건설 대상 감리가 진행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6일 ‘해당 회계감리는 금융감독원이 감리효율성을 위해 도입한 심사감리의 일환’이라고 사태진화에 나선 상황이다. 금감원 역시 “현대건설에 특별한 혐의가 있어 감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감리가) 현대건설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통해 시작된 것을 아니다. 수주산업 전반적인 점검인 테마감리 차원의 일환이다”며 “현대건설 차원에서 회계부정이 발생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회계법인 관계자도 “이번 현대건설,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심사감리가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대우건설 3분기 의견거절로 금감원이 감사를 평소보다 더 타이트하게 하는 것일 가능성도 높다”며 “현대건설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감원 자료제출 요구가 현대건설 회계의 핵심자료의 문제점을 금감원이 파악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금감원의 자료요청은 현대건설의 진행기준이 잘 적용되고 있는지 보겠다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감리를 진행하다가 문제를 파악해 ‘추가감리’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금감원의 감리착수가 내부고발, 혐의포착 등 분식회계에 대한 확실한 혐의포착 하에 이뤄졌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금감원이 현대건설과 함께 감사기관인 안진회계법에까지 자료제출을 요구해한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는 분석이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절차는 심사감리다. 일부 업체를 표본으로 잡아 회계를 감사하는 방식이다. 정례적으로 시행되는 감리절차다. 다만 심사감리 단계에서 해당 업체 뿐만이 아니라 회계법인에도 자료제출을 요청하지는 않는다”며 “(금감원이) 현대건설의 분식회계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차원에서도 금감원이 현대건설의 분식회계 정황을 의심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았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대한 금감원 자료요구는 결국 ‘해외공사’에 대한 의구심으로 연결된다.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추정원가율에 대한 의심은 대다수 해외건설에서 비롯된다”며 “문제는 금감원이 자료만으로 (추정원가율)의 인위적 변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현장 직원이 아니고서야 원가율에 문제가 있는 지 명확히 알 수 없다. 확실한 증거 없이 금감원이 회계법인과 현대건설 모두에게 감리를 진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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