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경쟁 심화…영업실적, 지난해보다 악화 전망

대한항공이 4500억원 유상증자 결정에도 업황 악화 우려가 부각되며 약세를 기록했다. 사진은 대한항공이 운용중인 항공기 / 사진=뉴스1

대한항공이 4500억원 유상증자 결정에도 업황 악화 우려가 부각되며 약세를 기록했다. 유상증자로 재무구조는 개선할 수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상승해 수익성은 낮아질 전망이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전일 대비 600원(2.19%) 하락한 2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대한항공은 전일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에 약세로 출발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이사회에서 2200만4890주,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발행가격은 2만45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과도한 부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10%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에는 환율상승으로 외화부채가 늘어나 부채비율이 더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 외화 빚 가운데 62.5%가 달러 부채다.

 

대한항공은 올해 회사채 5200억원과 자산유동화차입금 9900억원 가량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9921억원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신용등급이 하락해 유상증자 외에는 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120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부채비율 유지조항이 있는 금액을 고려하면 올해 갚아야할 금액은 6200억원 증가하게 된다"며 "이번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이 800%후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여 차환 대신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노치(notch) 강등했다. BBB 등급은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시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돼 기관 투자자들이 사실상 투자하기 어려운 등급이다. 한기평은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부담을 신용등급 강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증권 투자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자금을 조달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주가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참여 여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의 참여 없는 유상증자는 주주들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과 조 회장 등 특수관계자는 3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지분율은 2%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진행된 유상증자에서는 조 회장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해도 업황 악화 우려는 부담이다. 일단 유상증자로 인한 주당순자산(BPS) 희석분은 약 8% 수준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유가 상승과 항공운송업 경쟁 심화 등 업황을 고려하면 주가 하락이 추가될 가능성도 크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오른 것도 부담이다. 다만 전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점은 위안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올해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내외에서 크게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유가 상승과 외화환산손실로 시장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평균 제트유가는 3분기 배럴당 55달러에서 4분기에 배럴당 61달러로 올랐고 외화환산손실은 8900억원 가량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