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대표는 이제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 승인 절차에 집중하고 있다. 트룩시마 미국 판매 승인을 받으면 셀트리온은 램시마와 트룩시마 2개 제품을 갖게 된다. 유럽과 미국 동시 판매 승인절차에 들어간 허쥬마(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까지 가세하면 5년 안에 연 매출 10조원·영업이익 5조원 달성이라는 셀트리온의 경영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온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셀트리온 스킨큐어 집무실에서 기 대표와 인터뷰했다. 지난해 3월에 이어 2번째 인터뷰다.
램시마 승인 때와 많이 달랐나?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업체들은 우리가 트룩시마를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화학식이 있는 화학 약품들은 복제하기 어렵지 않다. 바이오항체 약품은 우리 몸 단백질 구조에 기초하고 있는 까닭에 복제가 어려워 어느 회사도 복제에 도전하지 않으려 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회사들은 누군가 항체약품을 개발해도 생산 과정에서 하자가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텃세가 그만큼 심했다. 바이오시밀러가 여러 환자한테 투입해도 안전한가, 안전성 검사를 시행했나,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거냐 등 갖가지 증명을 요구했다. 램시마의 경우에도 관절염만 대상으로 임상실험했는데 크론병에도 임상실험을 요구해 다시 임상을 진행해 증명해야 했다.
우리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자 다국적 회사들이 앞다투어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은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경쟁업체들보다 유리하다.
램시마 승인 받을 때 기 대표가 유럽에 가서 실험을 진두지휘했다. 이번에도 그랬나?
제휴선과 협의하기 위해 컨설팅 기초자료를 가지고 유럽에 자주 다녀왔다. 특히 임상단계에서 외국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실험 수탁기관)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인종과 성별, 나이를 골고루 섞어 임상 실험 대상 환자를 선정한다. 환자를 모집해 자료를 만들고 CRO에게 자문을 요청한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허가 받기 쉽지 않다. 아직까지 한국에선 승인 기관이나 자문 기업이 없다. 셀트리온이 국내 바이오시밀러 길을 만들고 싶다.
트룩시마 임상 단계에서 특이한 사건은 없었나?
바이오시밀러의 출발은 물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쓰는 환자와 바이오시밀러를 쓰는 환자의 임상실험 결과가 비슷해야 한다. 트룩시마 물질을 개발하고 임상 단계로 넘어가려 하자 서정진 회장이 반대하고 나섰다. 단백질 당의 끝 꼬리 부분 구조가 조금 다르다고 재개발을 지시한 것이다. 임상실험에 쓰기 위해 오리지널 제품 리툭산을 300억원 어치 사놓은 상태였다. 임상 단계에선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을 병원에 주기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다행히도 오리지널 의약품을 되팔 수 있어 손해를 보진 않았다.
유럽 전문가들은 트룩시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유럽 EMA엔 30명가량 전문가 리뷰 그룹이 있다. 보통 이것 저것 보완하라고 충고한다. 램시마 허가 받을 때 소속 전문가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유럽 규제기관도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품질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전문가 리뷰 그룹은 트룩시마를 비판하거나 보완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트룩시마의 미국 승인은 어떤가?
셀트리온은 유럽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미국에 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이 달라 동시에 준비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 FDA는 환자를 많이 모집해 많은 데이터를 내라고 한다. 다른 회사처럼 임상실험했다간 기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 미국 시장에 맞추면 유럽 진출이 늦어져 유럽 먼저 진입하고 미국에 가야한다고 판단했다. 트룩시마가 유럽 시장 허가를 완벽하게 통과했으니 미국과도 합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맞춰 특단의 전략을 마련했다.
승인 권고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
램시마 허가때가 훨씬 기뻤다. 램시마는 첫 프로젝트라 회사 생사가 걸렸다. '외국 시장 진출에 실패하면 어쩌지'하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유럽에 가서도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물만 마시고 버텼다. 트룩시마는 우리 노하우가 담긴 약이라 더 예쁘고 애착이 더 간다.
EMA 프로젝트 담당자가 (승인권고가 날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기쁘기 보다는 앞으로 할 일이 먼저 생각났다. 이제 미국 시장도 진출해야 하고 허쥬마 EMA 승인도 남아있다. 고생한 직원이 생각났다. 어떤 파트는 하루 24시간 일하기 일쑤다. 한국에선 바이오시밀러 허가 경험자가 없으니 직원들이 쉴 수가 없다. 6월까지 승인 파트 임직원이 정신없이 일에 매달려야 한다. 나도 설 연휴에 미국에 가야할 듯하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주요 약품의 해외 진출에 힘쓰겠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브라질, 캐나다 시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승인 받았다고 해서 다른 시장이 수월하게 열리진 않는다. 140여개국 승인을 받는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다. 소리없는 전쟁이다. 우리는 글로벌 제품을 만들어 바이오시밀러 영토를 넓힐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쟁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리의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바이오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우리 기업끼리 경쟁하면 둘 다 죽는다. 세계 시장과 경쟁해야 한다. 화이자와 존슨앤존슨 같은 다국적 제약사들도 서로 경쟁하지 않고 M&A(인수합병)으로 시장 확대에 힘쓴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각자의 길을 걸어가며 바이오 산업의 틀을 마련하고 성과를 올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오 시장은 도전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지 않는다. 삼성 바이오로직스도 셀트리온도 나름 우여곡절이 있지 않겠나. 삼성 바이오로직스도 함께 성장해서 바이오 산업이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바이오산업 전문인력이 부족하지 않나?
바이오제약 사업이 초기 단계라 대부분 인력이 셀트리온 출신이다. 우리가 먼저 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력 문제는 서로 선의로 지켜야 하는 선이라고 생각한다. 삼성 바이오로직스도 자신의 인력을 자연스럽게 키우지 않겠나. 그리고 바이오산업은 아직 대한민국에서 정착된 산업이 아니라서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 셀트리온은 신입직원들을 전문인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 2위 제약 시장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 식약청은 심사, 허가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셀트리온은 중국 시장 공략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가?
중국은 참 쉽지 않은 나라다. 비즈니스 문제도 그렇고 사드 등 정치문제도 연결되어 있다. 국내 여러 산업들이 정치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어렵다. 이런 위험 때문에 중국시장을 섣불리 가기보다는 천천히 가자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 또 중국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진출해 살아남기는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들어가야 할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중국은 과거와 달리 바이오제약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욕구는 있다. 대신 (해외 기업들이) 넘어야할 장벽 자체가 높은 것이다.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중국 내 환경과 세계 시장을 잘 이해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도 중국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의논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국 시장만 못 뚫은 상태인데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