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보험 없는 이륜차 운전자 60%… 전문가 "정부-민간 협의해 보험료 낮춰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탄 시민 모습.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뉴스1

오토바이(이륜자동차) 운전자 10명 중 6명이 무보험 상태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운전자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탓이다. 높은 보험료도 낮은 가입률의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보험사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5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에 따르면 이륜차 책임보험 가입률은 42.5%다. 종합보험은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종합보험 대인(對人​)배상 가입률은 8.9%다. 이륜차 운전자 10명 중 9명은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쳐도 책임질 수 없는 상태다. 사실상 도로 위 폭탄이다.

 

2012년부터 50cc미만 이륜차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책임보험 가입자만 오토바이 등록을 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그럼에도 시행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책임보험 가입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40만~50만원에 달하는 비싼 보험료 때문이다. 

 

50cc미만 이륜차 운전자 대부분은 10대다. 이륜차는 만 16세 이상이면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10대 청소년에게 연 40만~50만원 수준 보험료는 큰 부담이다. 이들이 찾은 ‘꼼수’는 이륜차 등록 시 보험에 가입하고 1년 뒤 계약이 만료되면 재가입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의무화된 책임보험 가입률이 여전히 낮은 이유다.

 

책임보험과 달리 종합보험은 의무가 아니다. 가입하고 싶은 사람만 가입하는 임의보험이다. 종합보험은 책임보험 보장범위인 대물(對物​)배상뿐 아니라 대인배상에 자차(自車​)·자손(自巽​) 배상까지 보장범위가 넓어서 사고 시 책임보험보다 더 유리하다. 100만원 넘는 높은 보험금에도 운전자들이 찾는 이유다. 

 

다만 종합보험 가입 수요에 비해 실제 가입자 수는 매우 적다. 보험사들이 이륜차 운전자의 종합보험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자료에 따르면 종합보험 가입을 시도했던 38.5%는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들이 이륜차 운전자 종합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이유는 높은 손해율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이륜차 손해보험율은 책임보험과 종합보험을 모두 합쳐 89.6%다. 특히 종합보험의 대인배상 손해율은 130%다. 다시 말해, 보험료 100만원을 받은 보험사가 이륜차 종합보험 대인배상으로 130만원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입 의무가 없다보니 보험사에서 가입 인수 거절을 해도 국가 차원에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보험 없이 달리는 이륜차가 넘치는 도로에서 자동차 운전자와 이륜차 운전자, 일반 시민 모두가 위협을 받고 있다.   

 

김일태 금융감독원 특수보험팀 팀장은 “지금처럼 보험회사에서 계속 보험 가입 거절을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종합보험에 가입할 방법이 아예 없어진다”라며 “이번에 민간과 협의해서 보험회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법을 고민하겠다. 그렇게 되면 종합보험 가입률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바퀴 네 개 달린 것에는 신경을 쓰면서 이륜차에는 어쩜 이렇게 무관심한가”라며 “청소년들은 40만~50만원 돈이 없다. 정부도 매칭펀드를 하거나 보험사와 협의해 가격을 낮추던지 해서 운전자가 보험을 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일갈했다. ​ 

 

임주혁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팀 팀장은 “보험률이 높아지면 운전자들이 이륜차 폐차나 보험 재가입 포기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저소득층·농어촌 주민을 대상으로하는 보험금 지원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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