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꿈꾼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를…현대차 폴크스바겐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가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에서는 16조원 넘는 벌금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의 경우도 사태 해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유럽 당국은 추가로 다른 차종까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어서 오히려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폴크스바겐 입장에서는 디젤게이트로 브랜드 이미지 손상은 물론 수십조 원의 벌금과 리콜 비용을 떠안게 됐다. 이후에도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게이트는 언제까지 번져갈까. 미국은 아우디 가솔린 차량으로 조사 범위를 넓혔다. 계속되는 검사 절차에 따라 문제 차종이 번질 소지가 있다. 유럽은 이미 폴크스바겐 뿐만 아니라 타 메이커 차량의 질소산화물 과잉 배출이 확인됐다. 결국 디젤게이트 문제를 풀어가는 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리콜 등은 하루 이틀에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각국마다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상황도 차이가 있다. 우선 미국에서 발생한 디젤게이트는 유로6라는 기준에 맞추기 위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인 LNT라는 장치의 조작이었다. 반면 유럽이나 우리나라는 전 단계인 유로5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EGR에 문제가 있었다. 각 지역마다 문제 시작점과 해결방안이 다르다. 미국은 징벌적 보상을 근거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렸지만 유럽과 우리나라는 근거조항이 없다. 소비자 보상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국내 상황만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1년 넘게 폴크스바겐 문제 차량 12만대가 리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폴크스바겐은 철저히 무시했다. 현금보상은 무시한 채 리콜만을 앞세우고 있다. 환경부는 리콜 피해 대상자에게 70~100만원의 현금 보상과 함께 미국과 같은 85% 이상의 리콜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약 100만원의 쿠폰을 통해 자사 서비스를 받는 형태를 제시했다.

폴크스바겐 입장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현금 보상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어 일판만파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절대로 국내 소비자에게 현금 보상은 해주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폴크스바겐이 연비 하락 5%미만의 리콜계획안을 내면 이를 용인해주기로 했다. 결국 연비하락으로 인한 보상금은 없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리콜 대상 차량 소유자 일부분이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나 법과 제도가 친(親) 기업적이다. 과연 소비자 손을 들어줄지 의문이다.

최근 미인증 차량으로 개점 휴업상태인 폴크스바겐은 국내에서 신차 인증을 신청했다. 올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디젤게이트는 진행 중인데 사과와 재발방지를 우선으로 하지 않고 신차 판매부터 생각하고 있다는 데 있다. 폴크스바겐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보상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대표가 한 인사성 유감 표명만 있었다. 일반인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폴크스바겐 소비자가 분노하는 이유다. 얼마나 국내 시장을 편협하게 본 것인지 알 수 있다. 폴크스바겐을 보는 소비자의 판단은 향후 판매율로 나타날 것이다.

올해 국내에서는 12만 여대 폴크스바겐 차량이 리콜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소프트웨어적인 리콜방법이 언급되고 있고 연비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도 확인되고 있는 만큼 리콜 진행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1년여 동안 30배 이상의 질소산화물이 계속 대기 중에 뿜어져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는 서둘러 폴크스바겐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집중해야 하며 이를 계기로 자동차사, 그리고 환경과 관련된 정책적 기반을 재정비 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폴크스바겐 사태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자동차 연비나 유지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후세를 위한 환경정책 개선의 필요성 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부도 향후 제도적 개선은 물론 소비자 보호 대책과 환경에 대한 홍보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메이커도 그 동안 관행적으로 진행하던 습관과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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