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지급 규정 탓 안주고 뭉개기…국회입법조사처 "유인책 효과 반감될까 우려"


과세당국이 세금탈루 행위를 적발하는데 있어서 탈세제보가 점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책의 일환으로 탈세제보에 포상금을 지급하면서 관련제보는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액도 사상처음 100억원을 돌파했다. 탈세제보는 매년 늘고 있지만 포상금이 실제 지급되는 사례는 6%가 채 안 될 정도로 낮다. 일각에서 탈세제보 유인책인 포상금 지급기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세청은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액, 즉 최고포상금을 2013년 10억원에서 1년마다 10억원 씩 인상해 지난해 30억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국세청이 현재까지 실제 지급한 포상금 최고액은 3억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세청이 포상금한도액을 매년 인상한 이유는 한도액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10억원이던 지난 2013년 탈세제보 건수는 1만8770건이었지만 다음해(20억원 한도) 1만9422건, 지난해(30억원 한도) 2만1088건으로 급증했다. 제보를 바탕으로 한 추징세액은 2013년 1조3211억원, 2014년 1조5301억원에 이어 2015년 1조6530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탈세제보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포상금 인상 그 자체가 잠재적 제보자들에게 일종의 시그널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포상금이 지급되긴 하지만 추징세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한도 인상’만으로 국세청은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전체 탈제제보 건수 중 포상금 지급 비중은 1.5%에 불과하고, 제보를 과세에 활용했음에도 포상금을 지급한 비율은 5.8% 밖에 되지 않는다.

포상금 지급 실적이 이렇게 저조한 이유는 두루뭉술한 규정 탓이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경우로 ‘조세를 탈루한 자에 대한 탈루세액 또는 부당하게 환급·공제받은 세액을 산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자’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상금 지급 준거가 되고 있는 ‘중요한 자료’에 대한 일관성 있는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요한 자료에 대한 판단에서, 과세당국과 제보자 간 분쟁의 소지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상금을 받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이유도 이런 데서 비롯됐다.

현재 ‘중요한 자료’의 판단은 국세청 내부 심의기구가 하고 있다. 제보자 입장에서는 국세청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급증하고 있는 탈세제보를 꺽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0일 김영찬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 입법조사관은 ‘포상금 지급입법영향 분석’에서 “포상금 지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의 비공개 등은 당초의 입법 목적인 탈세제보의 유인책으로서의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고포상금에 대한 제반 규정을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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