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급여 3.5% 인상 나서…지금은 급여인상보다 일자리 만들기 앞장설 때

공무원들이 최근 2017년 자신들의 급여를 3.5%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형식상으로는 정부가 정한다지만 국회 승인조차 받지 않고 국무회의만 거치면 확정되므로 실제로는 스스로 책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물가나 사기진작, 출산장려 등 갖가지 명목을 붙이더라도 국민들이 지금 겪는 현실을 감안할 때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물가상승이 심하지 않고, 급여수준이 사기진작책이 필요할 만큼 낮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이 사기진작을 위해 급여를 올린다고 내 건 수사는 이미 전가의 보도가 된 지 오래다. 공무원 급여를 민간기업보다 빠른 속도로 올리기 시작한 게 벌써 20년은 됐으니 말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공무원 급여가 상위 14% 수준이며, 근로자 평균 연봉의 1.9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많은 급여를 받게 된 지금 국가를 위해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보다 훨씬 급여 수준이 낮았던 이전 세대 공무원들에 비해 당신들은 국가를 이끈다는 엘리트 의식이나마 갖고 있냐고 묻고 싶다.

2700만 마리가 넘는 닭을 도살하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AI 비상사태는 한국 공무원들의 한심한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 AI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연례행사처럼 겪고 있는데도 AI 전문가는 전무하다. 게다가 예산 적다는 이유로 효과가 전무한 소독제를 사서 풀었다고 한다.
 

그런 전문적인 일을 문외한인 대통령이 나서야 하고, 국무총리가 발로 뛰어야 하나. 적어도 현장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이 잘못된 소독약 구입을 막아야 했다. 예산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양을 적게 사더라도 효과가 확실한 약품을 사야 했다. 서류상으로만 방역활동을 했다는 당사자들은 그런 소리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창피해서 자리를 내던져야 했다.

지금까지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현장대응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꽃 같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은 배가 완전히 뒤집어져 탈출구가 막히기 직전까지였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123정에서 ‘선내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부터 그 시각까지 30여분 남짓 되는 시간에 그들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구조수단은 사실 전무했다. 아이들을 탈출시킬 판단은 현장 지휘관이 해야 했다. 그런데 선내진입이 불가능하다면서 아이들이 나오기도 전에 선원들만 하선시켰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위기 때 목숨 내던진 미·일 공직자 본받아야


이런 사태들을 보면서 이 나라 공무원의 수준을 다시 생각한다. 만약 미국이나 일본에서 똑같은 사태가 벌어졌으면 어떻게 할까.


9.11테러 때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선 343명의 소방대원이 사망했다. 공격을 받았을 때 그 안에는 어느 소방대원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시민을 구하기 위해 불타는 건물에 뛰어들었다. 그 가운데는 피터 간시 뉴욕소방국장을 비롯한 최고위 간부가 17명, 서장급 간부도 23명이나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엔 동경전력 직원들과 자위대원 등 300명이 넘는 결사대가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죽음이 확실한 길로 들어갔다. 2년 뒤 사망한 요시다 마사오 후쿠시마 원전 소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요시다 마사오 후쿠시마 원전 소장은 당시 해수 주입 중단을 요구하는 총리실의 지시까지 어기며 해수를 넣어 원전폭발 시기를 늦췄다. 나중에 명령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연쇄 핵분열로 원전이 즉시 폭발할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그의 판단이 옳았다고 원전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처럼 자신을 내던지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게 공직자의 자세다. 또한 현장 공무원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상관의 명령까지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한 실력과 용기를 갖춘 전문 공무원(technocrat)이 얼마나 많은가가 그 나라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런데 한국 현실은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너무 먼 느낌이다. 이번 급여인상 결정을 보면서 이 나라 공무원들은 스스로를 월급쟁이로 비하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취업난 청년들 외면할 것인가


공무원 집단은 지금 자기월급을 올리는 게 타당한 지 자문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공무원 되겠다는 청년이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 길에 목을 걸고 있다. 월급 조금 적게 준다고 해서 그 숫자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국내외 경제 상황도 결코 녹록치 않다. 내년엔 더 많은 국민이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굳이 월급을 더 받고 싶더라도 지금은 그걸 요구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동결하거나 깎겠다고 나서야 마땅하다.

지금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할 시기에 처한 많은 청년들이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발을 구르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평생을 불안에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전 국가적으로 고통을 분담하며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다. 공직자들은 마땅히 그 선봉에 서야 한다. 명예와 권한을 가졌고 배를 곯는 것도 아니니 더 먹는 것은 잠시 접어달라는 얘기다.

나라가 융성하려면 국가의 근간을 책임지는 공직자부터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일해야 한다. 강조하지만 공무원 집단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런데도 엘리트 집단 대신 배부른 돼지 무리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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