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은행 고객들 부담 증가 전망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줄이고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올리는 작업에 나섰다. 내년 은행 고객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뉴스1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소폭 줄이고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올리는 작업에 나섰다. 내년 은행 고객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2017년 가계대출 관리 계획을 제출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내년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을 연간 5%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는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10.6%의 절반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출한 내년 가계대출 목표 성장률의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5%대 수준이다"며 "내년에는 은행들이 올해와 다르게 대출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지난 2월부터 소득 심사를 강화하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내년 1월 1일 후 분양 공고하는 아파트 신규분양 사업장의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총체적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지난 9일 도입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카드론, 신용대출, 신용카드 미결제액 등 차주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보여준다. 당국은 2금융권 대출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저축은행 연체 판단기준과 충당금적립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은행들의 내년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 5%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국내은행들은 이미 올해 급증한 집단대출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본격적 금리 상승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잠재 수요도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해 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6%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10%대로 급증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보다 줄이기로 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도 상당히 많다. 집단대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기에 가계대출 증가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줄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오름세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대를 넘어섰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1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평균 금리는 연 3.28%다. 지난 10월 5대 은행의 평균금리보다 0.28% 올랐다. 11월 현재 농협은행이 3.40%, 신한은행 3.34%, 우리은행 3.25%다. 하나은행 3.21%, 국민은행 3.18%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전체의 이자상환부담이 연간 약 9조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김천구 연구위원은 "내년 미국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릴 것으로 본다. 그러면 한국과 금리차가 줄어 국내 기준금리도 인상 압박을 받는다"며 "내년 은행들의 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각종 수수료도 올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신규 고객의 소액 계좌 대상으로 계좌유지수수료를 받으려 하고있다. 1000만원 이하 계좌에 월 3000~5000원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올해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은 타행송금 수수료, 통장 재발급 수수료, ATM(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 외화 송금 등 각종 수수료도 인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현재 은행들은 대출 금리와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늘 것"이라며 "내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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