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 현금서비스 이용액 연평균 6%씩 증가

서울 서초동 BC카드 본사 앞 전경 / 사진=뉴스1
저금리 기조 아래 떨어졌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연체율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 내년 미국발 시중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현금서비스를 이용해 ‘돌려막기’를 하는 취약계층 대출부터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롯데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9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연체율은 2.7%로 지난해 말 대비 0.2%포인트 높아졌다. 9월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여신액은 5조7614억원인데, 이 가운데 1531억원이 1개월 이상 연체됐다.

현금서비스는 대출 다음 달 돌아오는 결제일에 전액을 상환해야 하는 단기 카드대출 상품이다. 워낙 고금리라 돈이 급한데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다른 대출금을 갚기 위한 돌려막기용 대출도 많다.

현금서비스 대출 금리는 최저 연 6%대에서 최고 26.9%로 연체하면 20% 이상의 이자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 카드사별로는 비씨카드의 올해 9월 기준 현금서비스 연체율이 9.6%로 가장 높았고, 하나카드(4.12%), 우리카드(3.15%), 삼성카드(2.9%), 신한카드(2.66%)가 뒤를 이었다.

비씨카드는 현금서비스 취급액이 5억7300만원으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적었지만 1개월 이상 연체액이 5500만원으로 늘어 연체율은 지난해 말 4.32%에서 9%대로 2배 이상 높아졌다.

하나카드 연체율은 최근 5년사이 처음으로 4%대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말 연체율은 3.62%였다.

현금서비스 연체율이 상승하는 동안 시중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5년 말 0.3%에서 올해 9월 0.3%로 움직이지 않았다. 신용카드 대출의 특성상 연체율이 은행 대출보다 높은 성향이 있는 데다 아직은 연체율 수준이 눈에 띄게 높은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이같은 현금서비스 연체율 상승을 가볍게 볼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신용카드 이용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6년 소득 하위 20%의 현금서비스 이용 금액은 연평균 6.2% 증가했다.

신용등급으로 보면 저신용층인 7·8등급의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이 각각 연평균 8.9%, 7.6% 늘었다. 저신용·저소득층의 현금서비스 이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경기 부진, 시중금리 상승이 겹치면 연체율이 계속해서 올라가면서 부실화할 수 있다. 가계부채 뇌관에 불이 붙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은행권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연체율이 올라가는 것은 염려되는 시그널”이라며 “가계부채 리스크의 핵심이 은행권에서 비은행권, 담보대출에서 신용·기타대출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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