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의미 부여하느냐에 따라 사물의 가치 천차만별

비행기를 타면 항공사에서 견과를 제공한다. 좌석 등급에 따라 종류도 달라지는데 보통은 땅콩 종류를 서비스하지만 일등석에서는 고급 견과류인 마카다미아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접시에 담아 주거나 봉지 째 서비스하기도 하고 통에 담아 제공하는 항공사도 있다.

 

그런데 여러분은 마카다미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는지? 몇몇에게 물어보니 사람 따라 천차만별이다. 맛있겠다는 대답부터 초콜릿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고 슈퍼 갑질을 벌이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항공사 회장 딸이자 부사장이었던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역사적으로 마카다미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무척이나 다양했다는 것, 그리고 마카다미아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마카다미아의 용도가 달라졌고 세상 역시 달라졌다는 것이다. 

 

호주가 원산지인 마카다미아가 세상에 알려진 역사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 호주 원주민들이야 오래 전부터 먹었다지만 원주민 이외의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840년대 이후다. 마카다미아라는 이름도 1858년에 생겼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 알려지지 않은 나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호주 멜버른 대학의 교수였던 마카담 박사를 기리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마카다미아 나무와 열매를 처음 본 호주 백인들은 처음에 용도를 잘 알지 못했다. 땅콩 못지않게 맛있는 견과류라는 것은 물론 먹어도 되는 열매인지 조차도 몰랐기에 그저 포도송이처럼 탐스럽게 생긴 열매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가지 째 꺾어 다 장식용으로 썼다. 그리고 나무는 숲을 가꾸는 식재용 수목으로 심었다. 물론 나중에 원주민들이 먹는 것을 보고는 식용 가능한 열매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래도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고 한다.

 

마카다미아 나무를 다른 용도로 본 사람도 있었다. 1881년 윌리엄 퍼버스라는 사람이 마카다미아 나무를 하와이에 수출했다. 하와이로 마카다미아를 가져간 것도 식품으로 쓰려고 가져간 것이 아니라  무성하게 잘 자라는 나무였기에 태평양의 거센 바람으로부터 하와이의 사탕수수 밭을 보호하기 위한 방풍림으로 심었다. 마카다미아는 하와이에서 상당히 오랜 세월 식용 견과류가 아닌 사탕수수 방풍림으로 쓰였다.

 

이랬던 마카다미아를 본격적으로 먹게 된 것은 1950년대 무렵이다. 마카다미아 맛의 진가가 알려지면서 하와이안 너트란 이름으로 초콜릿 재료로 사용했고 고급 견과류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항공사 일등석에 제공되는 고급 견과류가 됐다. 장식용 열매에서, 그리고 사탕수수 보호용 방풍림에서, 고급 견과류로 마카다미아의 또 다른 가치를 찾았다.

 

그리고 1960년대 말, 인스턴트 라면을 처음 개발한 닛산식품의 안도 모모후쿠 회장이 마카다미아에서 또 다른 가치를 발견했다. 이 무렵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컵 라면 개발에 몰두했던 안도 회장이 귀국길 비행기에서 제공한 마카다미아가 담겨진 종이 깡통을 보고 즉석 라면을 담을 컵 라면 용기 개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결과 1971년 최초로 지금 우리가 먹는 컵 라면의 원조 격인 제품이 만들어졌다.

 

똑 같은 마카다미아와 그 마카다미아를 담은 용기.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가 만들어졌다.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고 많은 사람이 찾는 신상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러분은 마카다미아를 보면 어떤 생각을 떠올리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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