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개혁 법안 처리 서두르자

경제가 어렵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탓에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경제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해 경제성장률은 2%안팎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1월 파산 또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이 1533개로 사상 최대다.  외환위기 당시보다 200개 이상 많다고 한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연일 좌충우돌하면서 세계 경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 방위 미사일) 배치 결정을 계기로 한국산 제품 수출을 노골적으로 막고 있다.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에 처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에 박근혜·최순실 공동 주연의 국정농단 사건 탓에 한국 경제가 망하게 생겼다고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틀린 말 아니다. 국가 최고 리더십이 흔들리니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눈치만 보지 뭔가를 새로 하려하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탓에 새해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않거나 임원진 인사를 미루고 있다. 소비자는 어수선한 정국 탓인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정부, 기업, 노동자 경제 3주체가 각자 몫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회가 심각하다. 대통령 선거, 정치세력 개편 등 정쟁을 우선시하고 입법은 개점휴업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말 위기에 빠질 게 틀림없다.

개별 경제주체는 자기에게 부여된 일은 우선해야 한다. 우리가 리더십 실패에 좌절해 해야할 일은 하지 않으면 그 후과는 위기라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박근혜·최순실을 핑계거리로 삼지 말자. 둘은 사법절차에 따라 처벌될 것이다(이것마저 안되면 한국에 희망이 없다). 우리가 제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리더십 탓에 이 꼴이 됐다고 불평하는 유혹에 굴복하지 말자.

경영저술가 닐스 플레깅은 저서 리더섭의 로맨스에서 “우리는 보스의 권력이 제한적인 것을 알면서도 보스의 말과 행동을 성과 창출의 주된 동력으로 삼으려는 유혹에 굴복한다”며 “ 언론인, 경영 전문가, 컨설턴트, 직원들은 사실과 상관없이 우두머리에게 초인간적 권력이 있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이런 뿌리깊은 인지적 오류는 리더십을 성과 창출과 실패의 주 원인으로 삼는 게 편리하고 감정적으로 만족스러운 데서 기인한다.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과학 교수는 저서 ‘굿보스 배드 보스(Good Boss Bad Boss)’에서 “복잡하게 뒤엉킨 요인들을 샅샅이 훑는 것보다는 이편이 훨씬 간단하다. 또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는 생생하고 흥미롭지만 실패의 원인과 성과를 내는 실제 요소들을 묵묵히 파헤치는 것은 지루하고 힘들다”고 꼬집었다.

한국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국민이 나섰다. 국민은 권위주의 정권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이며 전례없는 경제 위기를 조기에 끝냈다. 이에 해야할 일은 하자. 늦추지 말아야할 것은 서둘러 마무리하자. 경제 안건의 경우 미루는게 최악의 결정일 수 있다. 선별해서 당장 처리할 일은 끝내자.

특히 국회가 개점휴업해선 안된다. 영국 경제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12월17일자 ‘의사결정과 통치’라는 제하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관련 기사에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 한국 국회가 3가지 법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넣기 위해 시급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법안을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한다. 각종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일 노동개혁 법안도 입법화해야 한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에 맞게 연봉을 책정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20%에 이르는 청년실업자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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