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중 4곳 CEO가 재무통…여건악화속 내실경영에 대한 관심 반영

재무통 건설사 CEO들. 왼쪽부터 조기행 SK그룹 부회장,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사진= 각 사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및 고위 임원직에 재무전문가인 일명 ‘재무통’ 인사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또한 그룹 내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영전’ 사례도 있다. 건설사들이 사업확장보다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경영’에 더 주력하기 때문이다. 건설사 고위직이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맨’의 전유물이던 시절이 변화하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상위 10대 건설사 중 재무분야에 정통한 ‘재무통’이 CEO인 기업은 ▲삼성물산(최치훈 사장) ▲GS건설(임병용 사장) ▲SK건설(조기행 SK그룹 부회장) ▲현대산업개발(김재식 사장)으로 총 4곳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건설사들이 재무통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최치훈 사장을 제외한 세명의 CEO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통상 건설사 CEO는 해외현장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링 경력자의 전유물이었다. 건설현장은 현장 근로자 간 협업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리더십 배양,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판단력이 형성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주된 인식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들이 건설사 CEO에 부임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차기 유력 CEO로 거론되는 인사가 ​현장경험이 없을 경우 몇달 간 해외현장에 근무하는 '단기 속성과외'가 이뤄지기도 했다.

 

건설사의 한 전직 고위 임원은 “일반적으로 건설업은 현장경험을 특히 중시한다. 현장에 따라 적용되는 공법이 천차만별이다. 공법에 따라 수억원의 비용차이가 발생한다. 현장 전문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에 현장 경험자를 중시한다. 해외건설 현장경험을 중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별 문화차이로 인한 계약관행 등 여러 변화요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을 건설사는 매우 중시한다. 건설현장이 워낙 돌발변수가 많기 때문이다"며 "최근 재무통이 CEO에 잇따라 임명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에서 재무통이 CEO 자리에 오른 것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 가장 크다. 재무통은 건설사의 ‘재정악화’ 시기에 ‘구원투수’ 성격으로 CEO에 올랐다. 이들은 부채해소, 수익성제고 등 실적개선 임무를 부여 받는다. 양희선 전 두산건설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 또한 CFO직을 역임했다.
 

양희선 전 두산건설 사장 / 사진= 두산건설
양희선 전 두산건설 사장은 2013년 CEO에 취임했다. 당시 두산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1년 310.85%, 2012년 568.94% 매우 높았다. 양희선 사장은 취임 후 해외사업 축소, 주택 미분양 해소 등 사업확장 대신 ‘축소지향’ 경영을 펼쳤다. 그로 인해 그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2015년에는 두산건설 부채비율이 180.39%까지 줄었다.

사장 자리를 넘어 더 윗자리로 영전하는 사례도 있다. 조기행 SK그룹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조기행 부회장 역시 재무통으로 불린다. 2000년 SK구조조정 추진본부 재무구조 개선팀장 직을 맡은 이후 줄곧 재무분야에 관여했다. 2011년 SK건설에서 경영지원 사장직을 역임하며 최광철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이뤘다. 그는 21일 SK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광철 사장이 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SK건설은 조기행 부회장 단독체제로 개편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재무통이 대표이사라 하더라도 엔지니어링 경험자가 공동대표인 경우가 과거에 많았다”며 “4개 건설사 모두 재무통 CEO 단독대표 체제다. 이는 과거와 달라진 사례”라고 말했다. 재무통이 건설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김종배 한미글로벌 신임 사장/ 사진= 한미글로벌

김종배 한미글로벌 신임 사장/ 사진= 한미글로벌

재무통은 CEO뿐만 아니라 건설사 내 다른 고위직에도 진출하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김근배 부사장을 국내 및 개발사업 총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고 21일 밝혔다. 김근배 신임 사장은 경영지원팀장,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그는 한미글로벌 현 CEO인 김종훈 회장과 회사를 경영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외 건설시장 경기 악화를 건설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확장 지향적으로 프로젝트를 계획하기 힘들다”며 “건설사들이 재무통을 중심으로 실속경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