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비즈니스모델서 승패 갈릴듯…늘어난 자본 활용 못하면 수익성 악화 불가피

삼성증권이 유상증자 결정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에 합류하면서 증권사간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섰다. KB증권도 현대증권과 통합후 자기자본 4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늘어난 자기자본을 활용할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자기자본수익률(ROE)만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전날인 2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3544억2620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는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보통주 1286만4835주를 신규 발행한다. 구주주 청약은 내년 3월 7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신주의 예상발행가격은 2만7550원이며 증자가 완료될 경우 삼성증권의 4조1000억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8일 한국투자증권은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조200억원으로 늘렸다. 자기자본 4조원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초대형IB의 1단계 기준이다. 다음 기준은 자기자본 8조원은 미래에셋대우만 가시권에 두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원 수준이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자기자본 금액별로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사에 단계적으로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1단계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1년이내 만기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어음을 발행할 경우 채권보다는 발행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이 메리트다. 더구나 이 금액은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발행 총량은 자기자본 대비 두배까지다. 

 

증권 업계에서는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넘겨도 자본활용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 늘어난 자본을 활용할 방안이 많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메리트로 꼽히는 발행어음은 조달한 자금의 70%를 기업금융에 활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아직 기업금융 구체적인 범위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과 자산운용이익률간 마진스프레드를 1.5% 수준으로 가정하고 자기자본 4조원 증권사가 어음 발행 한도인 200%를 모두 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익률 단순 추정치는 1200억원"이라며 "수요가 저조하거나 대출기간이 1년미만으로 쪼개지면 수익률은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자기자본 기준 충족도 중요하지만 신규 비즈니스모델 확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기자본은 늘어났는데 기존 사업을 유지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만 하락할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 수익을 대부분 차지했던 브로커리지 수익이나 채권운용 수익만으로는 수익성 지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증권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이익률(ROE)는 5.1%에서 4.8%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자본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위험 회피적인 자본 운용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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