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근로자 고령화 인력감소 심각…적정 임금제 보장, 하도급 관행 개선해야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습 / 사진=뉴스1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다. 청년층의 건설업 기피가 가장 큰 이유다. 이에 숙련 기능공들은 기술의 대가 끊길 것을 염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국인 근로자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구조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재하도급, 가격 중심 관급공사 낙찰시장이 건설현장 근로자 임금 후려치기와 내국인 근로자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19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간한 ‘2015 퇴직공제 통계연보’에 따르면 1998년 이후 2015년까지 퇴직공제에 가입한 누계 외국인 근로자 비율(전체 퇴직공제 가입자 대비)은 11%로 나타났다. 2011년 9.4%보다도 크게 늘었다.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들은 점차 젊어지고 있다. 공제 가입자 중 30대 이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13년 32.0% ▲2014년 33.9% ▲2015년 37.8%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50대 이상 내국인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50.1%, 올해 52.2%로 늘고 있다. 건설현장 내국인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줄고, 더 늙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 설비설치를 담당하는 왕이현(37)씨는 “대형건설사가 주축인 1군 건설사 건설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퇴직공제 가입 등의 서류절차가 더 까다롭다. 또한 공사 규모가 커서 안전관리공단에서 수시로 점검이 오기 때문”이라며 “2, 3군 건설사는 알게 모르게 외국인 인력을 고용한다. 공제보험, 4대 보험 등에 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사비 절감이 가능하다. 이에 대다수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도별 외국인 퇴직공제 피공제자 현황 / 자료= 건설근로자공제조합

이에 따라 건설현장 기능공의 기술전수 흐름이 끊기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3년째 콘크리트 타설 기능공 일을 수행하는 김민형(27) 씨는 “공사현장에서 내국인 청년층 씨가 말랐다. 알바를 하는 것이 아니면 20~30대가 공사현장에 오지 않는다. 건설업은 도제식 교육이다. 젊었을 때부터 맨투맨 식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교범, 정규교육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40대 기능공이 오히려 젊은 편이다. 기능공 노령화가 심각하다”며 “대다수 기능공들이 기술전수의 대가 끊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기술을 가르쳐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기술전수가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 무용론도 제기된다. 한 공사현장의 건축소장인 김명태(60)씨는 “외국인 노동자가 저임금이라는 것은 옛말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로 간 공사 관련 정보 교환을 하고 있다. 내국인 수준으로 임금을 받으려 한다. 외국인 비숙련공인 조공(허드렛일) 기본임금이 과거엔 7~8만원이었다. 최근엔 내국인 근로자 기본 임금인 10~12만원까지 올랐다”며 “인력이 부족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같은 값이면 내국인 근로자를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적정 임금제 보장, 단가 후려치기 관행 개선해야

건설현장에서 청년 내국인 근로자를 늘리기 위해 관급공사의 낮은 낙찰률 제한, 적정 임금제가 보장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종합심사제를 적용한 관급공사 낙찰률이 80%대에서 70% 중후반대까지 떨어졌다. 기본 설계단계에서 발주자가 제시한 금액의 70~80% 공사금액을 수주자가 제시했다. 이는 과거 최저가 낙찰제의 평균 낙찰률인 70~75%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치다. 종합심사제는 수주회사의 무리한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제도도입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처음 공사를 낙찰받은 원수급자가 이를 재하청을 준다. 재하청자는 첫 낙찰률 대비 낮은 가격으로 공사를 재발주한다. 이 과정에서 원수급자의 근로자 임금 계상분도 깎인다. 낙찰률이 70~80%대지만 해당 금액에 맞춰 산출한 임금이 공사현장에 지급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내국인 근로자 임금체불, 임금 후려치기가 일어난다”며 "기술형 낙찰시장에서 기술평가 배점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건설현장 청년층 유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7월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를 수주한 원청업체가 이를 재하도급하지 않고 ‘직접시공’하는 것이 골자다. 정동영 의원은 직접 시공제 확대 등으로 하도급 대금을 깎는 관행을 줄이는 것이 “일자리 햇볕정책의 초석”이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적정 임금제 도입도 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노동법 상 건설현장 노임 지급 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이는 원청업자에게만 적용된다. 재하도급이 이뤄지면서 임금이 깎여도 이를 제지하기 어렵다. 적정임금제의 경우 하도급이 이뤄지더라도 근로자 임금이 원도급업자 제시액 이하로 축소되는 것을 방지한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적정 임금제 도입, 다단계하도급 개선 연속토론회’에서 피터 필립스 안타스 유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정임금으로 경제 생태계적 이익이 크다”고 언급했다.

서찬용 연구위원은 “민간사업자의 경우 적정 임금제를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재하도급 관행 속에서 건설사가 얻는 금액은 적다. 적정 임금제 도입 시 건설사 지출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다만 조건이 충족되면 건설업계도 적정 임금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 기술형 입찰 활성화로 시공단가 후려치기가 제한되면 건설업계의 이익도 커진다”며 “제대로 된 임금이 보장되면서 청년층을 필두로 건설현장 내 내국인 근로자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