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은 비정상의 정상화…연준은 여전히 성장 지향적


지난 12월 14일 미국 연준이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자 많은 한국 언론은 곧 난리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가계 빚 퍼펙트 스톰 우려’라거나 ‘한국 경제에 쓰나미’라는 등 외래어까지 끌어들이며 불안감을 부추긴 곳이 대다수다. 그나마 약하게 표현했다는 게 ‘美 금리인상, 집주인 하우스 푸어로 전락’이라거나, ‘신흥시장 긴축발작 조짐’, ‘외국인 자금 엑소더스’ 등이다. 

기자들이 우려한 상황 그대로라면 한국경제는 곧 심각한 외환위기를 맞고 침몰할 것만 같다. 그런데 15일 한국 코스피는 제자리에 머물렀고 코스닥지수는 1.33%나 올랐다. 당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88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425억원 어치나 순매수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기사를 보면 곧 나라가 망할 것 같은데,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샀다. 기관투자가들조차 그날 코스피 시장에서 541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5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주식을 산 기관이나 외국인이 바보일까, 아니면 듣지도 않을 사이렌을 불어댄 이들이 한심한 것일까. 

 

이번 사안과 관련해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번 금리인상이 돈값을 오르게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폭등을 초래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고, 또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돈값은 여전히 싸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지금 금리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할 정도로 낮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양국 기준금리는 제로 내지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돈이 가치척도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전 점에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은 돈이 돈값을 하게 만들려는 시도로 이해해야 한다. 과거 미국이나 유럽의 고질병이던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 같은 걸 생각할 정도는 아직 아니다. 다시 말해 금리는 이번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 평균에 비하면 여전히 바닥권에 있고, 추가로 올린다고 해도 과거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연준 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이번에 기준금리 장기목표를 2.75~3.0% 수준으로 제시했다. 앨런 그린스펀이 연준을 이끌 당시(IT버블 붕괴 등 위기 아닌 평상시) 기준금리가 대체로 5% 이상이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이런 점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3년 만기 국고채나 AA- 등급 회사채 기준 장기금리는 1%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제로금리 수준이다. 현재의 초저금리가 비정상적이란 얘기다.

당연히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금리는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 그렇지만 제반 국제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상승하더라도 금융위기 전에 통용되던 5%대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 3%대 금리라면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그 정도 성장률을 유지하는 기업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수두룩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인상과 마구잡이 대출 회수는 달라

 

다만 돈이 남아돌 때 마구잡이로 풀어대던 금융기관들이 샤일록처럼 자금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는 금리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이다. 정책당국의 의지, 다시 말해 공무원의 수준에 달린 문제다. 

다음엔 미국이나 한국 중앙은행이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만큼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이 부분과 관련해 양국 중앙은행은 모두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은 장기간 과도하게 자금을 풀다가 물가가 우려된다며 금리를 급작스레 올려 2007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한국은행 역시 돈 푸는 시기와 조이는 시기를 잘못 판단해 부동산 버블과 위기를 부른 전적이 있다.

이런 씁쓸한 경험이 있기에 앞으로의 금리정책은 신중하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 전문가들 중에도 이런 생각을 갖는 이가 적지 않다. 


반면 한국 언론은 일부 외신을 받아 미국이 내년에 3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어떤 언론은 친절하게 내년부터 3년 동안 해마다 세 차례씩 9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했다. 연준이 상당히 서둘러 금리를 끌어 올린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같은 날 미국 BOA메릴린치의 미쉘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연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내년에 한 번, 2018년에 세 번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던 기존 전망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양자의 시각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한 번을 전망한 이유는 무엇이고 세 번이라고 예상한 까닭은 또 무엇인가?

그날 기자들은 연준 공개시장위원회 참가자 17명의 각자 생각을 단순히 집계한 점도표만 보고 기사를 썼다. 연준 이사 5명과 12개 지역 연준은행 총재가 각자 머릿속에서 생각해 제시한 금리 목표가 그대로 결정될 것처럼 판단했다.

그러나 정책은 생각과 차이를 보인다.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토론하지만 실제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한다. 점도표와 다르게 금리를 결정한 것은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금리가 아니라 정책 효과와 실현 가능성까지 감안한 금리가 나온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번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재정정책 가능성까지 반영했다. 다음 금리조정은 정책효과를 확인한 뒤에 나올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준 통화정책 스탠스는 '조절적' 

 
실제 연준의 발표 어느 부분에도 연간 세 차례씩 금리를 올린다는 대목은 없다. 오히려 이날 보도자료에서 연준은 통화정책 스탠스는 여전히 ‘조절적(accommodative)’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 성장률을 더 끌어 올리고, 인플레이션율도 목표치인 2%까지 높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금리를 아직도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연준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며, 당분간 장기적으로 통용되는 수준보다는 다소 낮은 선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조 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미국의 국가부채 역시 연준의 금리 결정에 부담을 줄 소지가 크다. 가뜩이나 미국은 연간 재정적자가 6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 지급이자가 늘어나 재정정책 여력이 위축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종합할 때 연준이 기준금리를 소폭 올린 걸 위기로 보는 것은 성마른 느낌이 든다. 은행의 예대마진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 지금 주가가 치솟는 것만 봐도 그렇다. 대규모 가계부채가 부실화해 우려되는 손실이 예대마진 확대로 늘어날 이익보다 크다면 은행주 매도가 이어져야 할 텐데 지금 시장 분위기는 그 반대다.
 
경제는 그런 호들갑과 비관론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비관론이 초래한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은 경제에 독이 될 뿐이다. 기업들이 천문학적 돈을 쟁여놓은 채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단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게 펜대를 굴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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