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 특혜·성능 저하 등 비리 복마전 논란 끊이지 않아

EMP탄 개요도/이미지=시사저널

그동안 의혹이 꼬리를 물었던 국방부 ‘EMP(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 방호 시설 구축 사업’(이하 EMP 사업)을 둘러싼 비리의 일단이 다시 드러났다. 최근 EMP 사업을 관장했던 국방시설본부장이 업체로부터 사업 수주의 대가로 수 천 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구속기소 되는가하면, 군과 국가 시설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구축된 EMP 방호 시설의 성능 미비도 시험평가를 통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년째 논란만 반복했던 국방부 EMP 사업을 둘러싼 비리 복마전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MP 사업 추진 후 지속적으로 ‘특혜·성능’ 논란 제기돼

EMP 방호 시설 구축 사업은 적의 핵무기와 EMP 폭탄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군 및 국가 주요 시설물의 방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핵무기와 EMP 공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고출력의 마이크로웨이브 에너지는 군의 지휘통계 체계와 방공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과거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기지 시설을 중심으로 EMP 방호 시설 구축 사업을 진행돼왔지만, 2000년대 이후 방어력 증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한국군과 국가 주요 시설물 등에도 이 사업이 속속 진행됐다. 국방부는 지난 2009년 7월 ‘2010~2014년 국방 중기 계획’을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EMP 방호 시설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 사업은 그동안 각종 논란에 휩싸여왔다. 특히 지난 MB정부 시절 추진된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시설공사 사업, 프로젝트명 ‘201 사업’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근무했던 현대건설이 사업 수주를 한 데 이어, 전체 공사 중 EMP 사업을 수행하는 하도급 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EMP 방호 시설의 경우 원래 방호 기준인100dB(데시벨)이지만 정작 구축된 방호 시설의 경우 성능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전 국방시설본부장 구속기소…성능 기준 미충족 사실로

그런데 최근 EMP 사업을 둘러싸고 두가지 중요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12월13일 2010년 국방부가 시행한 대구 군공한 시설공사 사업(프로젝트명 ‘K2사업’)과 합동참모본부 시설공사 사업(‘201사업​) 등과 관련한 비리 혐의로 국방시설본부장을 지낸 김 아무개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예비역 육군소장인 김씨는 당시 하도급 공사에 S사가 참여하도록 해주는 대가로 전역 후 해당 업체로부터 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K2사업은 2009년 8월 대구 공군기지 내에 작전 지원시설 건립 당시 방위력 개선을 위해 공군이 발주한 사업으로 2012년 6월 준공됐다. 201사업은 2009년 11월 서울 용산구 합참 신청사 신축을 위한 방위력 개선을 위해 국방시설본부가 발주해 2012년 7월 공사가 마무리됐다. 특히 201사업의 경우 애초 EMP 방호 시설 전문 업체인 Y사가 현대건설로부터 EMP 사업 부문을 맡아 수주할 예정이었지만, Y사가 배제된 채 3공구로 나뉘어 S사 등 3개 업체가 분산 수주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특혜 시비가 나온 바 있다.

EMP 사업과 관련해 국방시설본부 책임자의 비리 문제뿐만 아니라 성능 문제도 최근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성능 저하 논란이 제기됐던 201사업(합동참모본부 신축 사업) 중 EMP 사업의 방호 성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시공 구간 4곳 중 3곳이 EMP 방어 기준치(60~80dB)에 못 미치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또 검사한 지점 80여곳 중 한 곳도 기준치에 맞는 EMP 차단 효과가 없었다는 결과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EMP 방어 기준치라고 제시한 60~80dB도 효용성 논란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19대 국회 당시 국방부의 EMP 사업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은 “국방부가 EMP 방호 시설 성능을 100dB에서 80dB로 하향 조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 군 지휘 시설의 EMP 방호가 약해졌지만, 진실을 숨기기만 급급했던 이유가 아직까지 소상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효용성 논란이 제기된 낮은 기준치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채 EMP 사업이 진행됐다는 국방부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셈이다.

◇2년여 미적대다 비리 복마전 ‘몸통’까지 밝혀낼까

EMP 사업을 둘러싸고 최근 추가적인 비리 사실이 드러나고 성능 미비 문제도 자체 조사에서 확인되자, 그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EMP 사업의 비리 복마전이 제대로 밝혀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EMP 사업을 둘러싼 비리 복마전에 권력 상층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201사업의 경우 지난 2011년 8월 행정담당관이 운영비를 빼돌린 범죄 혐의가 적발되자, 그 다음날 총괄장교인 육군 중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당시 사업단장을 맡았던 육군 대령은 입찰 방해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특히 201사업의 EMP 방호 시설 구축 사업 초기부터 국방부와 협의했다가 정작 현대건설의 하도급 수주에서 탈락한 Y사 정 아무개 대표는 “(EMP 시공 용역을 수주하려면 수익 30억원 중 40%(12억원)을 달라”고 사업단 관계자로부터 요청받기도 했다고 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혔다. 당시 정 대표는 이 관계자가 “여러 사람에게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의혹과 폭로가 이어진 가운데도, 2년여 넘게 사정기관의 수사와 감사가 미적대는 상황이 반복돼 더 큰 의혹이 일었다. 애초 201사업의 특혜 시비가 제기되고 국회에서 EMP 방호 성능 미비 문제 등을 집중 제기하자, 지난 2014년 11월 발족한 ‘방위사업 합동수사단’이 관련 자료를 취합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당시 수사는 정작 속도를 내지 못했다. 감사원도 성능 미비와 사업 추진 과정 등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거론됐지만 자체 감사 결과를 내놓지 않아 의혹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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