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자니 경기침체 걱정, 내리자니 미국과 금리차 역전 가능성

그래픽=김태길 기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국내 주가지수는 15일 소폭 올랐다.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의 긴축 움직임에 경계심이 살아나기도 했지만 시장 충격은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언급한 내년 3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미국과 금리 차이 축소와 가계부채 부담 탓에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14일 미국 FOMC 회의에서 시장 관심은 기준금리 인상에 쏠리지 않았다. 지난 6월부터 금리인상 움직임이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이래 미국 통화정책 긴축 속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하자 코스피는 오전 내내 약세를 보였다. 곧 바로 세 차례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오후에 하락폭을 만회했다.

연준 위원 상당수가 FOMC 종료후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내년 총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이 예상하는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 제시한다. 지난 9월 점도표에서는 내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연준 위원이 많았다. 금리인상 속도 변화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경제가 계속 전진하고 회복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해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준 위원들 판단과 달리 시장 참여자 다수는 내년 3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리를 올릴 때 미국이 올해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올해 마지막 FOMC 회의를 마칠 때까지 금리는 한번 오르고 말았다. 이에 내년 금리상승 속도는 올해보다 더딜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미국 금리인상 속도를 가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행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맞춰 연준은 긴축 속도를 조절할 듯하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힘든 형편이다. 옐런 의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강조하는 재정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옐런 의장은 “실업률이 5%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완전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정책이 필요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자신감에 넘치는 미국 정부와 달리 한국 경제당국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한국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와 기업 경기침체 부담이 혼재된 탓에 정책의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 금리인상 등 긴축 정책을 도입하자니 경기침체가 걸리고 반대로 기준금리를 그냥 두자니 미국과 금리차가 사라져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화 유출 염려가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FOMC 회의와 같은 날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가장 큰 부담은 이번에도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295조8000억 원이다. 가계신용 잔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11월에만 은행의 가계대출만 8조8000억 원 늘었다. 가계부채가 줄어들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리를 낮추자니 미국과 금리차가 줄어든다. 시장금리는 미국 금리와 동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25bps(1bp=0.01%)로 줄었다. 연준 위원들 예상대로 내년 3차례 금리를 올리면 국가신용도에서 열위에 있는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침체가 걱정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2% 남짓 성장률마저 건설투자에 몰려 있다. 그나마 주택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내년도 건설경기에 기대할 여지가 크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은 한국은행이 내년 4월까지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금통위 후 언급한 대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없어진 상황에서도 일정기간 견딜 수 있다고 밝혔다. 

 

전병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금리 차이가 내년 줄어든다는 부담 속에서 1월 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가 어떻게 나올지가 중요하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 하지만 1월에 나올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 금리인하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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