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골재가격 인상으로 건설공사비 지수 증가…유가상승은 해외건설 호재로 작용

주요 건설 원자재 값이 오르고 있다. 대규모 주택 착공으로 건설사가 자재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에도 원자재 가격상승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원자재 값 오름세가 건설사 실적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OPEC 감산합의로 인한 유가상승은 해외건설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현대제철의 내진용 철근 / 사진= 뉴스1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철근 원재료 가격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YK스틸, 대한제강, 한국철강사 등 제강사가 잇따라 철스크랩(고철) 구매가격 인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철스크랩은 철근 원가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철근 제조원료인 호주산 석탄(강점탄) 가격이 1분기 평균 톤당 81달러에서 4분기 400달러로 오른 것도 철근가격 인상 요인이다. 주택 착공물량이 연초부터 늘었다. 이에 일선 철근 유통점에서 이전보다 웃돈을 주고 매매가 이뤄졌다.

철스크랩, 강점탄 가격상승이 건설사와 철강업계 4분기 철근가격 협상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건설‧철강업계는 매분기 건설용 철근 기준가격 협상을 벌인다. 철근 기준가격은 ▲1분기 톤당 52만원 ▲2분기 58만 5000원 ▲3분기 58만 5000원으로 2분기 연속 동결됐다. 지난 7월 1일부터 28일 간 진행된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은 철근을 운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파업으로 기초공사인 철근 조립 작업이 지연됐다. 공사현장이 상당수 멈추면서 철근 수요가 줄었다. 이는 철근 재고축적으로 이어져 철강업계의 가격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2‧3분기 가격동결과 원재료 인상으로 철강업계는 4분기 철근 기준가격 인상에 적극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4분기 가격협상을 두고 이를 갈고 있다. 원재료 값 인상 등을 이유로 4분기에는 어떻게든 철근 가격인상을 이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골재가격 인상조짐도 보인다. 올해 내내 골재는 품귀현상을 겪었다. 2014년 말 분양물량이 올해 착공 전환됐기 때문이다. 골재는 콘크리트, 모르타르, 석회 반죽 등 건설 기초공사에 사용된다. 기초공사는 착공 뒤 3~8개월 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건설업계는 골재확보에 열을 올렸다. 이에 골재가격도 자연스레 인상됐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남해안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골재채취 기간을 내년 2월까지 연장했다. 건설업계의 골재수급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연말에도 골재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건설사들이 연말 분양물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11.3 부동산 대책 등으로 내년 부동산 시장 경기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내년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분양물량을 풀고 있다”고 말했다. 

철근, 골재 값 상승으로 건설공사비는 증가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10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17.18로 나타났다. 최근 건설공사비지수는 ▲5월 114.88 ▲6월 115.35 ▲7월 115.29 ▲8월 115.12 ▲9월 117.03 등 증가추세를 보였다. 철근, 골재 값 상승으로 연말에도 공사비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상승이 건설업계 실적에 부정적이지 않다. 원유가격이 대표적이다.

미국 유전 지대 / 사진= 뉴스1
원유는 등유, 경유, 휘발유, 중유 값에 영향을 준다. 최근 원유가격은 증가했다. 채산성 부족으로 인한 셰일오일 개발률 저조, 석유수출기구(OPEC)의 산유국에 대한 감산요구 때문이다. 이에 경유, 등유가격이 상승했다.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10월 ▲등유(9.6%) ▲경유(9.3%) ▲휘발유(7.3%) ▲중유(3.8%) 가격은 전월 대비 상승했다. 이는 건자재를 운반하는 운송수단의 운임비용 증가를 유발한다.

다만 원유가격 상승은 해외건설 시장에는 긍정적이다. 중동 플랜트 발주물량 확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플랜트는 최소 수십억원 대의 수주금액을 보장한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등유, 경유, 휘발유, 중유 비용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최근 비 OPEC 국가들이 산유량 감축을 합의했다. 추가 유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가상승이 건자재 운송수단 비용증가로 이어진다. 다만 원유는 해외건설 시장을 좌우한다. 유가상승이 해외건설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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