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지자체와 협약…“정부 주도 인프라 개발 선행해야”

“현존하는 직업 65%가 20년 후엔 사라진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정보통신(IT) 기술 발달에 기초한 초연결성, 초지능성, 예측 가능성으로 미래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존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된다고 내다봤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되고 여기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형을 파악하면 예측의 영역이 형성된다.

이 중심에 자율주행자동차가 서 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와 도로에서 보내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주고받아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가속하고 감속하며 또 방향을 전환한다. 일곱 살 어린이가 어른이 될 즈음 택시기사는 사라진 직업일 수 있는 말이다.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는 이미 자율주행택시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부분 자율주행기능을 적용하는 등 소형차에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바로 옆에 다가온 미래가 된 셈이다. 

 

내년이 국내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개발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자율주행차 주행 정보 이미지. / 사진 = SK에너지

 


◇ 2017년, 국내 자율주행차 개발 원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거리나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는 자율주행차 수십 대가 돌아다닌다. 구글은 이달 지금까지 모회사인 알파벳의 비밀 연구 프로젝트팀X에 속해 있던 자율주행차 부문을 별도 독립 회사로 분사했다. 자율주행차가 연구 단계를 지났고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이 완료됐다는 의미다.

국내 산업계도 바빠졌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 정보통신(IT) 기업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정하고 지난 2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했다.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미 300만㎞ 이상을 주행한 자율주행차를 가진 미국이나 독일, 무인버스를 시범 운행하는 중국과 영국 등에 비하면 한국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내년부터 본격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12일 화성시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차량·사물 통신(V2X) 시스템 실증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V2X 시스템은 차량과 인프라(V2I), 차량과 차량(V2V), 차량과 보행자(V2P) 간의 무선통신을 통해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는 기술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1월 현대차 투싼, EQ900, G80, 기아차 쏘울 등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 50여 대를 화성 시내 V2X 인프라 구간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제네시스 자율주행차. / 사진=미래창조과학부

현대·기아차는 사업 구간과 시험 운행차 대수를 점차 확대해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을 의미하는 4단계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이 분류하는 자율주행 수준 최고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는 차선 이탈 경보 정도의 단계다. 2단계는 2개 이상의 제어 기능이 함께 적용되는 단계로 차선 유지 기능과 주행 제어 기능이 작동하는 단계를 말한다. 3단계는 교차로나 신호등을 차량이 인식해 자동으로 도심 운행을 제어하는 수준이다. 4단계는 자동차가 자동차와 도로에서 보내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주고받아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가속하고 감속하며 또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7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참가해 일정 구간 내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4단계 자율주행을 시연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고성능 카메라 등 자율주행을 위해 쓰이는 부품의 국산화가 이뤄져 가격이 내려가면 그만큼 시장 확대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단기간 내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힘들어”

르노삼성 SM6, 한국GM 말리부, 쌍용차 티볼리 등도 부분 자율주행기능을 적용하며 빠르게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다만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가 적용하는 부분 자율주행기능인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는 특정 조건 하에 자동차가 스스로 조향·제동·가속을 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장·역량·환경·레벨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은 “차선 유지 보조 장치, 자동 주차 보조 장치 등을 결합하면 물론 유사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기계의 판단이나 자동차 간 통신이 없는 한 자율주행차로 볼 수는 없다”면서 “자율주행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서 보아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언맨드솔루션이 토요타 프리우스에 장착한 라이더·레이더 장비. / 사진 = 배동주 기자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자동차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로봇학자들은 기계가 사람보다 운전을 잘할 수 있는 시대가 목전이라고 말한다. 또 도로는 더 안전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로봇이 조종하는 차량은 주의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술을 마시는 일도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로봇이 운전하는 차에 앉아 편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희창 언맨드솔루션 대표는 “자율주행차에 부착된 라이다가 방향을 파악하고 카메라가 감지 영역을 만들어내는 차량의 감지와 반응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지만, 이는 100년간 발전해오고 100년째 타온 자동차는 아니다”라며 “기술 발전을 눈으로 경험해 온 덕에 현세대는 자율주행차를 무서워하진 않지만 믿지 못하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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