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쟁력 약화에 경제사령탑마저 흔들…철강·석유화학 대책 '맹탕'
올해 추진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에 이어 내년에는 철강, 석유화학 업종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제사령탑이 흔들리면서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탓이다. 올해 수출도 5000억달러를 밑돌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내년 수출도 부진할 것으로 보여 구조조정 대상 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컨트롤타워 부재, 맹탕 구조조정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게이트로 비화하면서 국정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을 주도할 사령탑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어 문제다. 그동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사실상 구조조정을 주도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임 위원장이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한동안 임 위원장이 금융위 업무를 보는 동시에 기재부 인수인계를 받기도 했다.
아직도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의 거취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는 구조조정엔 악재다. 기업들은 당장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칼을 빼야 하는데 사령탑이 없어 구조조정이 맹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정부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앞서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하게 드라이브하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기업을 제때 정리 못하고 시간만 끌었다. 결국엔 더 큰 부실로 돌아오는 문제가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10월 31일 조선산업 경쟁력강화방안을 통해 현행 조선업 3강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정부의 방침은 조선산업의 수주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하에 수립한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또한 이는 지난 6월 이후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발주로 진행된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의 기본 내용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부가 뒤로 숨지 말고 앞에 나서서 해야할 일은 해야 한다며 체력이 있을 때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도 빨간불
정부는 9월 30일 철강,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해당 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철강,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었다. 그런데 철강, 석유화학산업 경쟁력강화방안에 대해 맹탕, 재탕대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정부의 지지부진한 태도가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내년도 철강, 석유화학 구조조정도 조선, 해운업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세계 철강시장의 공급과잉 규모는 현재 7억5000억톤에서 2020년 최대 12억톤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은 철강산업 구조조정 완성단계에 들어섰고 중국도 정부차원에서 강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정부는 9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범용제품 대신 고부가 철강재와 경량소재를 개발하는 데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이미 철강생산을 고부가 철강재로 전환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정부대책이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석유화학업계는 자율적 구조조정이 부진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부재가 내년 석유화학업종 구조조정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는 "경제사령탑 부재는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현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탄핵 이후엔 (인사)정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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