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비중 확대·가맹점 수수료 인하 지속…나홀로족 잡기 위한 카드 혜택 늘려

 

 

국내 카드사들의 경영환경은 내년에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을 전망이다. 체크카드 비중 확대·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내년 카드사들의 움직임은 최근 늘어난 1인가구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있었던 촛불집회로 카드사 매출이 반짝 오른 만큼, 내년에도 깜짝 변수가 카드사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8개 전업계 카드사가 내년에는 2조5000억원 당기순익을 올려 올해(2조600억원 전망치) 보다 1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 선임연구원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수익 기여도가 낮은 공과금 및 체크카드 비중 확대, 업권 간 경쟁 심화, 조달비용 상승으로 카드사의 내년 당기순익이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카드 수익은 21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2000억원(6.3%)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비용(이자+카드비용)도 14조6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8.1%)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카드사의 신용판매(일시불, 할부, 체크)이용실적은 올해보다 7.9%, 카드 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이용실적은 0.9%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 대출 중 현금서비스는 4.5%감소하지만 카드론은 8.8%늘어 카드론은 계속 성장세를 유지해 전체 카드 대출 중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44%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4분기 광화문 촛불집회 변수…카드매출 늘어

최근 최순실 사태로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인근은 깜짝 특수를 누렸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로 서울 중구와 종로구에서 사용된 카드 건수는 108만6910건으로 지난해 동기(87만6743건)보다 24% 늘었다.

업종별로 패스트푸드점에서 카드 사용건수가 4만9994건으로 전년동기보다 65.1%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패스트푸드점의 전국 평균 카드 사용 증가율은 18.2%였다.

공연장, 전시장 카드 사용 건수는 64.9%늘어 전국 평균 증가율(25.7)보다 39.2%포인트 높았다. 편의점(50.6%)과 특급호텔(39.4%) 카드이용률도 전국 평균 증가율과 비교할 때 각각 13%포인트, 33.1%포인트 높았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번 촛불 집회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카드 이용이 많이 늘었고,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한 후 집회에 참가하기도 해 관련 업계 카드 이용률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카드 한 장으로 편의점, 식당은 물론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카드 이용량과 액수는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불구 카드 사용 증가…유흥업소 감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됐지만 전체 카드 사용금액은 증가했다. 하지만 유흥주점, 골프장 법인카드 사용액은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일 발표한 ‘청탁금지법 도입 이후 카드사용 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28일 시행된 이후 첫 번째 달인 10월, KB국민 롯데 삼성 신한 하나 현대 등 6개 카드사의 법인카드 사용금액은 11조원으로 지난해 10월 대비 1조8000억원(19.1%) 늘었다.

사용금액 증가율이 올해 1~3분기(26.7%)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법인카드 1건당 평균 결제금액은 29만7000원으로 지난해 10월 20만8000원보다 커졌다.

물론 청탁금지법 타격을 입은 업종이 있었다. 바로 골프 농축수산물 화훼 유흥 등의 카드 승인금액이 급감한 것이다.

감소율이 가장 컸던 부문은 유흥이었다. 단란주점 유흥주점 등에서 10월 한달 동안 승인된 금액은 541억원으로 전년비 35.1% 감소했다. 골프 역시 26.2% 줄어든 715억원을 기록했다.

 

◇연말·연초 카드업계 인력 감축 칼바람 비켜갈 듯

연말, 연초가 되면 어김없이 불어온 금융권 감원 칼바람이 올해 카드사에는 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나 보험업계와 달리, 올 상반기까지 대대적 인력감축을 진행한 카드업계에서는 추가 감축 움직임은 잠잠한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올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실적이 양호하고, 카드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감원 한파를 빗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3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보통 연말, 연초를 기점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사태 등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데 사측에서 퇴직 희망자까지 받아 직원들의 반발감을 사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롯데카드가 지난 6월 희망퇴직으로 30명 정도를 내보낸 정도가 눈에 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7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모집해 170여명이 나갔지만 올 연말에는 희망퇴직 모집 계획이 아직 없다. KB 국민, 삼성, 현대, 비씨 등 다른 카드사들도 희망퇴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솔로·나홀로 족 잡기 혜택 경쟁 심화할 듯

2017년 카드업계 주요 타깃은 ‘1인가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혼자 사는 솔로족이 늘면서 카드 혜택도 변화하고 있다.

삼성카드가 지난 1일 출시한 CUㆍ배달의민족 삼성카드 taptap은 2030세대가 타깃이다. 이 카드는 20ㆍ30대 젊은 혼밥ㆍ혼술족을 대상으로 CU, 배달의민족, 음식점 등 업종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실제 연령별 회원 비중을 보면 보통 신용카드 주요 소비층이 40대가 가장 많은 것과 달리 30대(42.5%)와 20대(32.4%)가 대다수다. 이 카드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업종은 온라인쇼핑(22.1%)이 가장 많았고 음식점(20.0%), 편의점(9.0%), 대형마트ㆍ할인점(6.1%), 버스ㆍ지하철(3.3%), 통신비(2.7%) 순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도 주거관련 지출이 큰 1인가구 특성을 반영해 미스터 라이프 카드를 출시했다. 미스터 라이프 카드는 전기, 도시가스, 통신요금을 자동이체 하면 1회 이용금액 5만원까지 1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편의점이나 병원, 약국 등에서 일1회, 월 5회 건당 1만원까지 10%할인도 가능하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혼족을 위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1인 가구가 점점 늘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 비율은 27.2%, 2인가구 비율은 26.1%로 나타났다. 오는 2020년에는 전국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인 가구가 전체 53%를 넘어서면서 평균 소비지출금액도 증가했다. 1인가구는 2012년 946만원에서 지난해 1008만원으로 3년새 6.55% 늘었다. 같은 기간 3~4인 가구는 0.54%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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