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타워 부재로 추경 기대도 난망…주택경기 위축과 맞물려 위기 가능성

 

건설업계에서 내년 SOC 예산 집행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인한 ‘컨트롤 타워 혼선’이 가장 큰 이유다. 또 내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SOC 예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도 걱정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에선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 경기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SOC 예산 집행마저 늦어질 경우 건설경기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특히 정책 콘트롤타워가 필요한 여러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업일수록 예산집행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OC 예산 특성 상 대규모 토목공사가 많다. 이에 따라 지자체, 공기업, 지자체 등 여러 기관의 협의가 필요하다. 이는 사업 연관 주체가 ‘사업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책임 소재의 불투명이 예산집행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OC예산안은 결정되더라도 그대로 집행되지 않는게 많다. 사업성 등을 고려해 예산집행이 이뤄진다.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가 대표적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기재부 용역을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부담분 합이 500억원 이상인 공공사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SOC 예산에 포함된 일부 사업도 예타 과정을 거친다. 지자체와 관련 공기업 간 협의도 필요하다. 그만큼 콘트롤타워의 역할이 크다.

그런데 내년엔 탄핵정국이 이어지고 정권교체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콘트롤타워 혼선'이 불가피하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분위기 때문에에 원환한 SOC 예산 집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탄핵 소추안을 기각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과 5~6월 ‘벚꽃대선’, 헌재가 내년 6월 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면 8월 중 ‘불볕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 기간 어떤 사업을 진행해도 박근혜 대통령, 차기 대통령으로 사업기간이 걸친다. 차기 정부가 직전 정부 흔적 지우기를 이유로 사업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을 정부 부처가 의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부처와 사업을 진행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최근 공무원들이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부처 예산집행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정권교체 시 최종 예산집행에 대한 책임소재를 물을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부처의 예산집행 운신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SOC 예산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복지예산 증액에 따라 SOC 예산은 정치권에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26일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에도 SOC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탄핵 뒤 개헌 등의 이슈로 SOC 예산 집행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SOC 예산집행은 정권 집권기간에 따라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인다. 임기 초반에는 정부의 국정 장악력이 높다. 이에 SOC 예산집행도 순조롭게 진행된다. 반면 집권 말기에 들어 SOC 예산집행률이 저조해진다”며 “내년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 길어봐야 6개월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탄핵 이후 어수선한 정국으로 SOC 예산집행 추진력이 더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저성장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인 점도 걱정거리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전년 대비 1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전망치는 4.1%다.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은 1분기 42.9%, 2분기 51.5%로 국내총생산(GDP) 지출항목 중 가장 높다. 건설투자가 경제성장을 홀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내년 SOC 예산은 22조 1000억원이다. 지난 2008년 이래 9년 만에 최저치다. 저성장 기조 고착화 국면에 SOC 예산증액을 포함한 추경요구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내년 SOC 예산증액 등을 포함한 추경설정이 어려울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추경은 청와대, 정부부처, 국회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 삼자 간 협의로 적정 추경규모가 설정되지만 청와대, 정부부처 신규 인사 등으로 협의 자체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 같은 업계의 우려에 대해 정부부처 관계자는 “일반 예산안은 무리없이 집행될 수 있다. 기존 계획안이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추경 등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를 마친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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