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보는 시각 바꿔 아름다운 디저트로 재탄생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랑스의 고급 디저트 마카롱과 이탈리아의 짧고 뭉툭한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몽당국수 마카로니 사이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비슷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사람에 비유하자면 둘이 친척 사이라는 점이다. 

 

마카롱과 마카로니는 어원이 같다. 둘 다 반죽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마카로네(maccarone)에서 비롯됐다. 어원이 같다는 이야기는 뿌리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모두 이탈리아 남쪽 시칠리아 섬에서 발달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시대 시칠리아를 점령했던 아랍의 음식문화가 뿌리다.

 

마카로니는 밀가루를 반죽해 누구나 먹는 주식인 대중적인 파스타로 발전한 반면 마카롱은 아몬드가루를 설탕으로 반죽해 귀족들의 고급 과자로 발달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일단은 재료다. 마카롱은 아몬드가루와 설탕을 반죽해 만든다. 이탈리아 피렌체 가문의 캐서린 데 메디치가 프랑스 왕 앙리 2세에게 시집갈 때 전해진 것이 마카롱의 시초라니까 이 무렵만 해도 아몬드가루를 설탕으로 반죽해 만들었다면 어마어마한 고급 과자다.

 

아몬드는 아랍에서 나오는 견과류, 설탕은 인도가 원산지인 사탕수수를 중세 과학기술이 발달한 아랍에서 정제해 설탕으로 만든 것이니 이런 재료로 만든 마카롱은 태생적으로 아무나 먹을 수 있었던 디저트가 아니다.

 

그러니 프랑스 귀족들이 식후에 디저트로 먹었던 우아한 전통을 이어받아 지금 마카롱이 세계적인 고급 과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마카롱이 과거 고급 디저트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자란 과자는 모두 고급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과자라는 것 자체가 옛날에는 대중은 감히 넘보지도 못할 고급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옛날이야기일 뿐이고 마카롱 역시 마찬가지다. 이른바 전통적인 정통 프랑스 마카롱은 고급과는 거리가 있다. 낭시 마카롱은 예전 사브레 과자를 닮았고 아미엥 마카롱은 계란과자와 비슷하니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고급 마카롱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 파리와 뉴욕, 일본의 고급 매장에서 팔리는 마카롱은 파리 마카롱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전통 마카롱은 아니다. 150년된 파리의 제과점 라 뒤레(La Duree)의 창업자 손자인 피에르 데퐁텐이 1930년에 만들어 최근 급격히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무엇이 고리타분한 전통 과자 마카롱을 세계인이 열광하는 고급 디저트로 바꿔 놓았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과자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다. 

 

30년대 카페는 여성은 출입할 수 없는 남성 전용 공간이었다. 라 뒤레는 이럴 때 제과점에 여자들이 차를 마시며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차와 함께 마실 다과로 전통 과자, 마카롱의 혁신을 꾀했다.

 

전통 과자 마카롱 두 개를 합쳐 중간에 크림을 넣은 더블 데크, 샌드위치로 만들면서 외형을 바꾸는 한편 당시 최고 보석 디자이너가 마카롱을 디자인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형형색색의 아름답고 보석처럼 아름다운 고급 디저트 마카롱이 만들어졌다. 과자에 보석 디자인이 입혀지면서 여심을 사로잡는 디저트로 재탄생한 것이다.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프레임 효과라고 한다. 피에르 데퐁텐이 만든 마카롱이 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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